시안 맥주거리

곰탱이가 만들어 온 일정 중 이제 남은 것은 회전훠거에서 저녁먹기와 맥주거리에서 맥주마시기였다. 회전훠거로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것이 순리이겠으나, 맥주거리가 종루 근처에 있고, 곰탱이가 아는 회전훠궈집은 샤오짜이역 근처에 있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맥주를 마신 후에 저녁을 먹는 순이 되었다. 곰탱이는 그 회전훠궈집의 인기가 많아서 웨이팅을 안하려면 이 방법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한다.

한 번 와본 곰탱이는 익숙하게 여러 펍들 중에서 독일맥주하우스라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였다. 독일을 우리와는 다소 다르게 읽는 듯하다. 그리고, 겉으로 봐서는 흔히 유럽에서 볼 수 있는 펍의 외관을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자, 뭔가 예전 한국 시골의 다방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우리가 너무 이른 시간에 와서인지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뭔가 밝은 대낮에 맥주를 거하게 마시는 분위기가 연출 되었다.

곰탱이가 알아서 주문을 했는데, 흑맥주인 듯하다. 맛이 의외로 괜찮다. 중국도 꽤 훌륭하게 크래프트 비어를 뽑아낼 수 있구나라며 감탄을 했다. 곰탱이는 안주거리라며 소금에 절인 땅콩을 주문했는데, 매콤한 고추와 함게 절여 진 짭조름한 땅콩이 색다른 맛이었다.

이것저것 꽤나 잡다한 이야기를 오랫동안 나눈 후에 밖이 어두컴컴해져서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맥주를 즐길 분위기가 마련되는 상황에서 맥주집을 나왔다. 생각해보니 일주일가까이 중국에 머물고 있으면서 곰탱이와 이렇게 오래 이야기를 나눈 적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