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항공 이용후기와 회항경험

심천항공이 국내에 그리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음에도 이번 시안 여행에서 심천항공을 이용하게 된 것은 당연히 저렴한 요금때문이었다. 전반적으로 심천항공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보다 저렴하기도 하거니와, 검색하는 과정에서 좀 더 저렴한 타이밍이 없을 지 고민하며 날짜를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우연치 않게 3월 21일 일요일 In, 3월 28일 일요일 Out 284,700원짜리 왕복항공권을 발견하여, 잽싸게 예약 & 결제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생애 처음으로 심천항공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천공항에서 시안 센양공항까지의 항공요금은 이코노미클라스 기준으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이 40만원 초반에서 50반원 중반, 그리고 중국항공들이 30만원 후반에서 40만원 중반 정도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감안해보면 내가 선택한 옵션이 얼마나 저렴한 것인 지 알 수 있다. 게다가 더 기분이 좋았던 것은 내가 선택한 이후, 이 가격의 티켓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내가 마지막 남은 핫딜을 거머쥔 것이다.

아마도 가장 궁금한 것이 기내식일텐데,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시안 센양공항까지 가는 기내에서는 김치볶음밥과 치킨 중 하나를 택일 할 수 있었고, 김치들어간 음식을 별로 안좋아하는 나로서는 치킨을 선택했는데, 완두콩이 들어간 쌀밥 절반과 찜닭 절반으로 이루어진 도시락을 중심으로 샐러드와 빵 등이 제공되는 형식이었다. 메인요리는 한국의 백숙이나 닭죽과 비슷한 맛이 느껴졌고, 엄청 맛있다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돌아올 때, 즉, 시안 센양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기내에서는 소고기와 생선 중 택일할 수 있었는데, 생선을 안먹는 나로서는 소고기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메인의 내용물은 백반 2/3과 소고기 미트볼 1/3정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갈 때는 그냥 지나쳤지만, 된장양념소스같은 것을 돌아다니면서 권유하고 있어 약간 얻어서 밥과 비벼먹었다. 이것도 '정말 맛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는 힘들고, 역시 '먹을만 했다'라는 평이 적절할 것같다. 그 밖에 요거트 하나와 과일 빵 등이 제공되었는데, 버터가 제공되지 않아서 빵을 좀 맛없게 먹은 것이 아쉽다. 요거트는 뚜껑을 열다가 내 옷에 튀어버려 흰색 자국이 남은 상태로 집에 돌아와야 했다.

좌석의 넓이는 이코노미 클라스임에도 비교적 만족스러웠다. 내 신장이 177cm를 살짝 넘고 몸무게는 65kg 안팎인 매우 날씬한(?) 체형이라, 얼마전 제주행 아시아나 항공을 탔을 때는 다리 뻗을 공간이 부족하여 좀 답답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심천항공 기내는 앞좌석 밑으로 자리 뻗을 공간이 충분하였다. 기내에서 좌석의 좌우폭이 좁아서 불편함을 느낀 경우는 거의 없었고 이번에도 그러했다. 갈 때는 애써 공항에 일찍 도착하여 비상구 앞 자리를 선점하였으나, 타보고는 비상구 앞 자리라고 해서 특별히 넓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래서 올 때는 그냥 일반적인 좌석에 앉았는데 실제로 차이가 없었다. 재미있는 것은 비상구 앞좌석이 넓다라는 풍문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이야기였는지 갈 때 나와 같은 열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저가항공을 이용할 때는 비상구 앞자리가 좋은 자리가 아님을 예전 유럽여행에서도 경험했었는데, 너무 오래전 일이라 깜박했다.

승무원들의 영어 실력은 다소 부족했는데, 심천항공의 승객들은 대부분 중국인이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중국어로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금발의 백인이었다면 그들이 애써 영어로 의사소통을 시도했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나에게도 그냥 중국어로... 그래서 영어로 물어보면 살짝 당황하며 더듬더듬 영어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예 한국어로 물어볼 걸 그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상사태가 아니라면, 승무원과 그다지 심도있는(?) 대화를 할 경우는 없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파일럿의 수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얼핏 들은 이야기로는 악천후에도 이착륙을 시도할 수 있는 레벨의 파일럿이 있고, 좋은 날씨에만 가능한 레벨의 파일럿이 있는데, 중국항공사의 파일럿은 대부분 후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난 이 사실을 몸소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인천공항에 갑작스레 눈보라가 몰아친 것이다.

거의 다왔다는 듯 기체가 내려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갑자기 파일럿이 중국어로 안내방송을 하는데, 중국인 승객들이 아쉬움을 머금은 탄성이 나오기 시작하고, 곧 영어로 짧게 인천공항의 기상악화로 인하여 회항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나중에 지나가던 승무원을 붙잡고 다시 물어보니, 눈때문에 칭다오공항으로 회황한다고 알려 준다.

결국, 칭다오 공항에 착륙한 후, 기내에서 꽤 대기를 하며 인천공항의 날씨가 다시 정상화 될 때가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인천공항에 착륙할 수 있었다. 무려 다섯시간 넘게 기내에 있는 상황이 발생했다. 정상적인 상황의 두 배가 넘는 시간동안 기내에 갖혀 있었던 것이다. 후에 뉴스를 찾아 봐도 폭설로 인하여 인천공항에서 대규모 결항사태가 벌어 졌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다른 항공기들은 제대로 뜨고 내렸던 것으로 보이며, 결론적으로 파일럿의 레벨이 악천후 착륙 능력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심천항공을 처음 이용하게 되었을 때, 제발 안전하게 제 시간에만 도착하게 해달라는 소망이 있었는데, 한 70%정도는 소망대로 된 것같다.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이착륙 이외의 시간에도 전자기기를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안전을 위하여 이착륙 시에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꺼달라는 방송이 나오고 승객들이 이에 따르며 그 외의 시간에는 자유롭게 자신의 개인 전자기기를 사용하곤 하는데, 유독 심천항공은 이착륙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전자기기 사용을 제지하곤 하였다. 뭐 2시간 30분정도의 시간이면 그냥 밥먹고 한 숨 자면 되는 시간이라 지루함을 느낄 여지가 그리 많지는 않겠지만, 장거리 여행때는 심천항공 이용을 지양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정책이 아닌가 싶다. 다른 중국항공도 그러한 지는 잘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