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에 있는 멕시칸 펍, 캑터스

처음 계획은 민웅형과 독일주택에 가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시는 것이었으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찾아간 독일주택은 이미 너무나 긴 대기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독일주택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혼술을 마시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는데, 이제는 너무 유명해져 그런 분위기가 유지되기는 힘들 것 같다. 혼술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고, 혼술 마시는 사람 구경하로 온 사람만 많은 것같다. 발길을 돌려 어디를 갈까 방황하다가 도달한 곳이 바로 캑터스Cactus라는 펍이었다. 이름에서 벌써 멕시코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가!

멕시코 펍이라서 코로나를 주력으로 팔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IPA 계열을 주력으로 파는 것같다. 물론, 내가 코로나를 메뉴에서 못찾아서 그런 것일 수는 있다. 평소에 코로나를 그리 즐기는 편도 아닌지라... 난 일반적인 IPA를 선택했고, 민웅형은 메론맛 IPA를 선택했는데, 마셔보더니 너무 달다고... ㅎㅎㅎ

메뉴는 살짝 멕시칸 메뉴같은 느낌이 들었다. 치즈감자튀김 위에 슬라이스된 나초를 또 가늘게 자른 조각들을 얹어 준다. 멕시칸 느낌이 난다는 말은 단지 이 나초 조각 때문일게다. ㅎㅎㅎ 맛이 나쁘지는 않았는데, 민웅형은 역시 너무 달다고... 내가 단음식을 좋아하나 보다.

전반적인 펍의 분위기가 상당히 조용한 편이다. 실내가 꽤 좁은 편임에도 두 명이나 세 명이서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인데, 시끌벅적하지 않은 펍의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같다.

가게 밖에 고양이 한 마리가 손님들이나 길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끌곤 했는데, 가게에서 키우는 녀석인지 아니면 종종 먹으를 줘서 여기에 놀러 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고양이 구경에 대화 주제가 소모되는 시간이 다소 늦춰졌다. 그런데, 갑자기 꼬꼬마들 몇 명이서 달려오는 것을 보고 겁을 먹은 녀석이 도망가 버리는 사태가 생긴 후에는 다시 나타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역시 성악설이 맞는 것같다.

IPA가 원래 일반적인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술인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정작 마셔본 적은 없었는데, 처음으로 IPA계열의 맥주를 마시보게 되었다. 예전 벨기에산 듀벨을 마셨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취기가 급작스레 올라옴을 느꼈다. 역시, 난 5도가 넘는 술을 마시면 맛이 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경험한 하루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