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워낙에 난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지라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시리즈 뿐만 아니라 DC코믹스 쪽 작품도 종종 즐기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는 배트맨이 먼저 등장하긴 하지만, 왠지 수퍼맨 시리즈에 배트맨이 끼어든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2013년에 개봉한 맨오브스틸Man of Steel에서 주연을 맡은 헨리 카빌Henry Cavill과 에이미 아담스Amy Lou Adams가 그대로 등장하는 반면 배트맨은 최근에 배트맨 하면 떠오르는 배우인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 대신 벤 애플릭Ben Affleck이 새로운 배트맨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수퍼맨 시리즈이든 배트맨 시리즈이든간에 흔히 남자들의 유치한 로망이 이런 히어로들끼리 싸움 붙이는 것 아니겠는가! 나 또한 이런 유치함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아재가 되어 버렸기에 이 유치한 놀이를 직접 구경하러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소 실망스럽다.

히어로들끼리 싸움을 붙이려면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나 구실같은 것이 필요한데, 이번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싸움을 위해 준비한 명분이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슈퍼맨은 어쩔 수 없이 싸움에 말려 들게 만들고, 배트맨은 슈퍼맨을 딱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제거해야할 외계인 취급을 한다. 내 눈에는 그저 배트맨이 치기어린 호승심때문에 슈퍼맨에게 싸움을 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관객들은 처음부터 과연 배트맨이 슈퍼맨의 적수로 적합한가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 또한 그러하다. 아무리 배트맨이 특수 수트를 입고 대적한다 할지라도 슈퍼맨은 지구를 지키는 레벨이고 배트맨은 고담시 지키기도 힘겨워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러나, 배트맨이 호승심에 불타오른 상황에서, 슈퍼맨만 집중연구를 하다보니 머리는 배트맨이 더 잘 돌아가는지 크립토나이트를 스프레이로 만들어 뿌리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래서, 오히려 슈퍼맨이 밀리는 수준까지 싸움이 이어지고, 예상했듯이 그 다음은 오해를 풀고 제3의 진짜 적을 위해 싸움을...

왠만한 히어로들의 여자친구는 히어로들 때문에 괜히 위기에 빠지기도 하여 관객들의 동정을 얻기 마련인데, 로이스는 참 이뻐할 구석이 없다. 물론, 슈퍼맨 때문에 잠시 인질로 잡히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거의 언년이급 민폐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된다. 2013년에 맨오브스틸 볼 때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여전히 마음에 안드는 캐릭터다. 에이미 아담스 또한 내 취향이 아닌지라... 흠...

마블쪽에 비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DC코믹스가 과연 어벤져스에 필적하는 훌륭한 연합군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기대는 별로 안되지만 그래도 기대하도록 노력해 보련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