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방 조명 바꾸기, 스타5등 직부등

갑자기 방이 어두워져서 위쪽을 쳐다보니 형광등이 나간 듯했다. 36W 짜리 삼파장 형광등 세 개를 사용하는 조명인데 하나만 들어 오고 있었다. 그런데, 형광등을 갈아도 켜지지 않는다. 안정기가 고장난 것같다. 마침내 바꾸고 싶었던 내 방의 조명을 바꿀 때가 되었다. 사실, 빨리 망가지기를 바랬다. 아니면, 쟁여 놓았던 형광등을 다 쓰면 바꾸자는 생각도 했고...

예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레일등을 검색해 보았는데, 부엌에서는 이뻐 보이는 레일등을 방에다 설치하니 좀 어색해 보인다. 대체적으로 한국의 아파트들은 방의 조명을 한 가운데 설치하게 되어 있기에, 한가운데다가 레일등을 설치한 모습이 어색해 보이는 것이다. 천장 한가운데 뚫여서 나오는 전선을 사이드로 빼는 방법도 있으나 일이 커진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 스타5등이라고 불리우는 직부등이었다. 딱 보고 이거다 싶었다.

일반적으로 형광등이나 LED가 직사되면 볼 품이 없기에, 반투명한 커버를 통해서 빛이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는 반면, 스타5등은 전구모양을 한 LED램프나 전구형 삼파장 형광등을 그대로 노출시키면서도 별모양의 프레임을 만들어서 심미적으로 매우 그럴 듯한 모양새를 보여준다. 프레임이라 한가운데 전구쪽에서만 먼지가 쌓일 것이고, 빛을 보고 달려든 벌레들의 시체가 반투명한 커버에 쌓여 있는 것을 형광등을 갈아줄 때마다 목격하는 일도 피할 수 있다.

번뜩, 설치하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작년에 방안에 페인트를 칠한 적이 있었는데, 칠할 당시 조명 쪽을 떼어 내는 것이 귀찮아 그냥 조명 부근만 칠했었던 것이다. 즉, 기존의 조명을 떼어 내고 이번에 달아야 할 조명은 프레임 형식으로 되어 있고, 중심부도 훨씬 좁은 면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대로 설치할 경우 칠하지 않은 곳이 보기 싫을 것이 뻔했다. 그래서, 기존 조명을 떼어 내고 그 자리에 흰색 페인트가 칠해지지 않은 곳에 젯소로 얼렁뚱땅 칠해 주었다. 칠하기 전에는 정말 적나라하게 보기가 싫었는데, 대충 칠하고 나니 덜 흉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천장 조명은 두 가닥이나 세 가닥의 선으로 구성되어 있고, 조명장치에 달려 있는 두 가닥이나 세 가닥의 전선을 이 천장으로 부터 나오는 전선과 연결해주고 본체를 천장에 고정시키면 설치가 완료된다. 기존의 조명은 천장의 전선과의 연결을 용이하게 만들어 놓은 간단한 장치같은 것이 있었으나, 이번에 새로 구입한 스타5등의 경우에는 딱히 그런 연결장치가 달리지 않고, 그저 전선끼리 꼬아 연결한 후에 검은색 절연 테이프로 각각을 감아주는 처리를 손수 해줘야 했다. 전기에 대한 매우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나, 혼자 하려면 본체를 머리로 지탱하고 두 손을 이용하여 전선을 연결하고 테이핑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살짝 번거롭다.

설치를 다 하고나니 이 스타5등의 무게중심이 한가운데가 아니다. 즉,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매우 기본적인 것인데 심미성만 강조하고 마감을 제대로 못한 셈이다. 그냥 써도 무방하나 난 기울어진 상태가 상당히 눈에 거슬려서 어떻게 해결할까 여러 모로 궁리를 한 끝에 기존 조명에서 반투명 커버를 고정할 때 사용했던 투명한 플라스틱 조각을 가지고 프레임과 천장 사이에 받혀 놓아 균형을 얼추 맞출 수 있었다. 상당히 임시방편적인 해결방안이지만 조명을 건드릴 일은 매우 희박하니 그냥 이렇게 방치하게 될 것같다. 나만 어쩌다 불량품이 걸린 것인지 전체적으로 마감이 훌륭하지 못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불만없이 잘 사용하는 것 같던데... 음...

또 하나의 단점은 불을 켜면 처음에는 어둡다가 서서히 밝아진다는 것이다. 처음에 불을 켜보고 너무 어두워서 더 밝은 전구를 끼워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는 정상적은 밝기로 변했다. 전구 밝기를 고민할 때 예전에 36W짜리 세 개 였고 반투명 커버가 있었으니, 2/3 수준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15W짜리 다섯 개로 주문을 했는데, 완전히 정상적으로 밝아진 상태에서는 거의 비슷한 수준의 밝기를 보여주는 것같다.

이미 대세라고도 할 수 있는 LED 대신 재래식 삼파장 전구형 형광등을 사용한 이유는 현재 LED에도 사용되는 안정기의 수명이 LED에 비해 현저히 짧기 때문에 상식과는 달리 안정기 내장형 LED 램프의 수명이 기존 형광등과 다를 바 없을 뿐더러, LED 조명의 직진성 때문에 방안의 분위기가 다소 어색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굳이 더 비싼 LED 램프를 살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또한, LED는 같은 크기의 형광등보다 밝게 마련인데, 이 스타5등의 전구알 크기가 너무 작을 경우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선택한 15W짜리 전구형 형광등의 크기가 딱 적당해서 마음에 든다.

아이폰에 비친 스타5등
우연히 책상위에 있던 아이폰에 조명이 비치는 것을 보았는데 이뻐서 사진으로 남겨 보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