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섹스』 마리나 애드셰이드

채훈아빠님의 블로그에 상당히 노골적인 제목을 가진 책 서평이 하나 올라왔는데, 책 제목이 『달러와 섹스』이다. 책의 내용도 제목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노골적인데,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데이트 시장과 결혼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해준다. 데이트나 결혼에 돈이라는 것이 얽혀 있으면 뭔가 낭만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으나, 데이트나 결혼을 전략적으로 가져가려는 목적이라면 유용한 책이다.

예전에 읽었던 스티븐 디얀의 저서 『우리는 꼬리 치기 위해 탄생했다』가 성형외과 의사의 입장에서 여자의 몸매와 얼굴에 대한 남성들의 선호도에 초점을 맞추고 분석했다면, 『달러와 섹스』는 저자인 여성 경제학자가 남성이나 여성 한쪽 편에 치우지지 않고 제3자의 입장에서 관조적인 느낌으로 데이트/결혼 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경제적/논리적으로 설명해 준다.

저자는 남녀 모두의 입장을 설명해 주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어 나가게 되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을 소개하자면, 첫번째로 아시아 남성에 대한 백인여성의 선호도에 관한 내용이다.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같은 인종의 남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흑인 남성이 백인 남성보다 연간 15만달러 정도를 더 번다면 흑인 남성을 선택할 것이며, 같은 조건으로 히스패닉 남성의 경우 8만달러 정도를 더 벌면 선택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같은 조건에서 아시아남성은 25만달러를 더 벌어야 한다고... 미국 남성이 5만달러를 번다고 가정하면 아시아남성이 30만달러를 벌어야 백인여성과 맺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데... 3억원을 벌어야 한다니... 더 슬픈 것은 예외적으로 아시아여성들은 아시아남성들보다 백인남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아시아남성은 매력이 별로 없다는 결론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아시아남성으로서 매우 슬픈 일이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는 대학생의 비율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짐에 따라 남학생이 데이트 시장에서 훨씬 더 유리한 상황에 직면했다라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으나, 한국의 상황과는 여러모로 차이가 있어서 공감은 되지 않았다. 한국의 캠퍼스에서는 여학생의 비율이 압도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대부분의 캠퍼스가 꽤나 외진 곳에 있는 미국의 상황과는 달리 유명 대학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몰려있는 실정이라 캠퍼스가 하나의 폐쇄된 데이트 시장으로 작동하기 보다는 여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오한 학문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 책을 읽어 보는 것은 삶의 활력소가 되곤 한다. 톡톡 튀는 재미를 제공하기에...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