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2종 오토

운전면허를 땄다. 아마도 루돌넷에 종종 방문하는 분들은 '운전면허 없었어? 이 아재가 몇 살인데 운전면허가 없어?'라고 반문할 것같다. 그렇다. 한국에서 내 나이까지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있는 남자도 드물 것이다. 굳이 안따고 있었던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물어 본다면, 그냥 어영부영하다가 그렇게 되었다라는 말로 얼버무릴 것 같은데, 조금 부연설명을 하자면, 운전할 필요가 있을 때 따면 된다라는 생각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굳이 미리 따놓고 장농면허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 그런데, 또 당장 운전을 해야 하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좀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는데, 난 운전이라는 기능을 상당히 하찮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레이서 수준이 되면 모를까,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운전이라는 것을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건방진 생각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냥 지하철로 이동을 하면 그 동안 책을 읽을 수도 있는 등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내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운전을 하면 그 시간을 다 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난 전세계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훌륭한 수준을 자랑하는 지하철이 운행되고 있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고, 출퇴근시간만 아니라면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것에 딱히 불만이 없기도 했다.

여전히 위와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도 운전면허를 따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작년 웹디동 사람들과 제주도 여행을 가서 민웅이형만 혼자 힘들게 운전했던 것이 생각나서였다. 즉, 생활에는 딱히 지장이 없는데, 여행을 하게 되면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곳도 가게 될 것이고, 이런 경우 운전을 해야 좀 더 심도있게 여행지를 누빌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신년계획이라는 것을 따로 만든 것은 아닌데, 몇 달 지나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2016년의 목표를 '꼭 필요하지 않은 경험쌓기'로 세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중국 시안 여행도 그러하고, 이번 운전면허 도전(?)도 이 목표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느낌이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서 대학생들의 겨울방학이 끝나는 3월 중순정도를 적절한 시점으로 삼고 도전을 하였다. 하찮은 자격증이긴 하지만 단계별로 나의 시련과 굴욕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글이 상당히 길다.

신체검사, 안전교육, 학과시험

운전면허시험의 제반 절차라고 할 수 있는 신체검사, 안전교육, 학과시험 과정을 치르기 위하여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것은 3월 22일이었다.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 집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시험장을 선택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신체검사는 건강검진 등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했지만, 나로서는 딱히 대체할 문서도 없고, 비용이 비싼 것도 아니라 안전교육 전에 도봉운전면허시험장에서 받기로 했다. 그리고, 물론, 안전교육도 당연히 아무 문제없이 마쳤다.

학과시험 또한 무사히 98점이라는 비효율적인 높은 점수로 합격하였다. 요즘은 따로 문제집을 사지 않고, 운전면허필기시험을 위한 앱들이 많이 나와 있다고 하여, 그중에서 "풀자운전면허"라는 앱을 받아서 틈틈이 모의고사 5회분을 풀었는데, 한번도 합격선인 60점 밑으로 떨어지지는 않아서 당당하게 학과시험장으로 들어 갔고, 점수가 나온 후에 쓸데없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한 것을 후회했다.

장내기능시험 1차시도, 실격

학과시험을 합격한 후 이틀 후인 3월 24일에 장내기능시험을 보기 위하여 다시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방문했다. 난 2종오토를 선택하였는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남자는 1종 스틱'이라는 상식(?)을 무시한 것은 마초적인 성향하고는 꽤나 반대편에 있기도 하고 이 말이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내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으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다른 방식의 생존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트럭을 몰아서 생계를 이어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따라서, 애초부터 2종 오토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다.

기능시험을 보기 전에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운전면허 기능시험 영상을 여러 번 시청하였다. "미남"이라는 분이 꽤 명성을 날리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 분 동영상을 주로 보았다. 확실히, 잘 가르쳐 준다라는 인상을 받았다.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미리 인터넷으로 접수한 후에 운전면허 기능시험 교양장에 들어가 보니, 20대 초반 여자애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살짝 머쓱한 기분에 가장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틀어 주는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안정시켰다. 드디어 차례가 되는데, 접수를 너무 빨리 했던 탓일까, 내가 첫번째다. 물론, 여러 그룹으로 나눠서 시험을 보니 첫번째로 시험을 보는 것이 희박한 케이스는 아니고...

동영상을 여러 번 보았으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는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떨린다. 위에서 밝혔듯이 난 운전이라는 것을 상당히 하찮게 여기는 인간인데, 고작 운전면허 기능시험을 보면서 떨고 있는 상황 자체가 자존심이 상했다. 벨트를 착용하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 안내 멘트에 따라 시동을 걸고, 기어변속 능력, 전조등 조작, 방향등 조작, 와이퍼 조작 등에 대한 미션을 수행한다. 다만, 실수로 방향등 조작 시 전조등도 켜지는 바람에 감점!

운행 능력 미션이 주어진다.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리고 기어를 D로 옮긴 후에 브레이크를 뗀다. 차가 앞으로 나아간다. 뭔가 신기하다. 이대로 50미터만 똑바로 가면서 돌발상황 미션만 수행하면 합격이다. 동영상에서 "돌발! 돌발!"이라는 멘트가 나오면 삼각형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라고 하여, 이 버튼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멘트가 예상치 못한 이상한 내용이 나오고 앞에서 안전요원이 차를 세우라는 손짓을 한다. 차문을 열더니 내리라고 한다. 왜그러냐고 묻자, 일단 내리라고 한다. 내렸더니 지금 차가 어떤 상황인지를 보라고 한다. 옆으로 기울어져 오른쪽 차선을 한참이나 침범해 있다. 그렇다. 실격이다.

차가 비뚫어지게 가면 핸들로 조금씩 조정을 해야 하는데, 난 돌발상황 미션에 대비하는 것만 생각한 나머지, 전방주시를 하지 않고 비상등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바보같은!

운전면허 간소화 이후로 기능시험의 합격률은 90%를 넘어가는 상황이고, 인터넷에 다른 글을 찾아 봐도 기능시험에 불합격했다라는 글을 찾는 것이 힘들정도였기에, 기능시험에 탈락하는 10%미만의 사람들은 그냥 나이 지긋한 아줌마들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기능시험에 불합격하다니!!

드넓은 기능시험장을 가로질러 불합격 도장이 찍힌 원서를 받아든 뒤, 나라잃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나왔다. 다른 응시생들이 다들 나를 쳐다보는 것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봄인데 바람이 매섭게 느껴진다. 나온 후에도 한참동안 맨탈리티가 회복이 힘들 정도로 데미지를 입어서, 과연 난 호모 사피엔스가 맞는가, 그냥 직립보행하는 다른 생명체가 아닌가, 뭐 이런 자기연민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했다. 밤이 되어서야 맨탈이 회복되었다. 그냥 운전에 천부적인 소질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장내기능시험 2차시도, 합격

한번 시험에 불합격하면 최소 3일 후에 다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나같은 경우는 24일에 불합격을 하였으니, 27일부터 다시 시험볼 자격이 생기지만, 3얼 27일은 일요일이라 시험 스케줄이 없으므로 월요일인 28일부터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물론,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 및 요금을 납부하였다. 이렇게 하면 면허시험장에서 대기시간없이 일정대로 시험을 볼 수 있다. PC에 엑티브엑스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짜증나는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추천하는 방법이다.

힘겹게 추스린 맨탈인데, 검색을 하다가 'ㅂㅅ이 아닌 이상 기능에서 떨어질 일은 없다'라는 댓글을 읽은 후로 맨탈이 다시 붕괴되어 상당히 의기소침한 상태에서 시험에 응하게 되었다. 이번에 또 떨어지면 정말 맨탈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

이번에도 내가 처음인데, 코스는 다르다. 물론, 직진 50m 하는 시험절차는 같은데 다른 차선(?)에서 시험을 치루었다는 의미이다. 정차된 상태에서 여러 가지 조작시험을 모두 마치고 드디어 50m 주행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정신 차리고 정면을 똑바로 보고 양쪽 사이드미러로 차선을 벗어나는 지도 확인하였는데, 딱히 차가 엇나가는 일이 없다. 삼각형 표시가 있는 비상등을 재빨리 눌러야 하는 돌발상황 미션은 50m 주행 중에 어떤 시점에도 나올 수 있는데, 이번 경우는 50m를 거의 다 간 타이밍에서야 돌발상황 미션이 주어져서 이번에도 혹시 뭔가를 잘못한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였다.

합격멘트가 나온다. 100점으로 합격하였다. 생각해보니, 지난 시험에 내가 사용했던 차선은 마지막에 있는 차선이고, 그래서인지 약간 우측으로 경사가 졌기에 차기 기울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간다. 즉, 내가 현재 차선에서 시험을 보았다면, 멍청하게 전방주시 안하고 비상등에만 시선을 두고 있더라도 합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물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차선사정으로 변명할 생각은 없다. 당시에 내가 멍청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드라이빙존 도봉실내운전연습실

장내기능시험에 합격을 하였음에도 한 번 떨어졌던 기록때문인지 맨탈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태어나서 내 자신이 이렇게 바보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그래서, 당분간은 운전면허에 대한 생각을 일단 뒤로 하고, 4월쯤에 다시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래봤자 일주일정도의 텀이지만 이 정도의 시간이라도 필요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장내기능시험을 한 번에 합격하지 않은 것이 다행일 수도 있는데, 장내기능시험에 떨어지기 전에는 도로주행시험도 그냥 연습없이 도로주행시험 자체를 통해서 운전을 배워 보자라는 무모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장내기능시험에서 한 번 떨어지고 나서는 당연히 그런 생각이 자연히 사라져 버리고, 어떻게 운전연습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현재 집에도 차가 없는 상태이고, 지인에게 부탁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설사 승낙한다고 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여러 모로 골치아파질 것이 뻔하니, 운전면허학원에 등록을 하고 도로연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검색을 해보니 요즘에는 실내운전연습실이라는 것이 있다. 실내에다가 자동차 운전석을 여러 개 만들어 놓고 레이싱 게임하듯이 시뮬레이션된 프로그램으로 운전을 배우는 방식이다.

이런 실내운전연습실은 현재 드라이빙존이라는 업체 하나만 존재하고, 서울의 여러곳에 연습실을 열어 놓고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에서 유튜브에서 명성이 자자한 "미남"이라는 분도 당산에 실내운전연습실을 관리하고 있다. 조금 더 검색을 해보니, 도봉운전면허시험장 부근에도 도봉실내운전연습실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보가 많지는 않았지만 며칠 후에 방문을 해보았다.

일반적인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지 않고 실내운전연습실을 선택한 이유는 운전면허학원에 있는 운전강사들의 인성이 좋지 않아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글들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워낙에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으므로, 운전강사라는 사람들과 대면하고 싶지가 않았다. 또다른 이유는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기도 하고...

방문해 보니, 관리하고 있는 분의 닉네임(?)이 "고수"라고 한다. 드라이빙존에 각 실내연습실 관리자들은 제각기 개성있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했나보다. 여러 가지 시설에 대한 설명과 비용 옵션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6시간 15만원 옵션을 선택하기로 한다. 내가 여섯시간짜리를 선택하자, 아마 모자라겠지만 나중에 변경할 수 있으니 일단 해보자고 한다.

처음 생각했던 것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조작법만 알려 달라고 하고 내가 알아서 운전을 연습하는 것이었으나, 직진밖에 안해본 상황을 인지하고 나서는 "고수"라는 분이 적극적으로 지도를 해주기 시작한다. 나에게는 장점이자 단점인 성향이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가르칠 때는 항상 이 사람이 과연 잘 가르치고 있나 의심을 한다는 것이다. 난 유튜브 동영상에서 "미남"이라는 분이 상당히 잘 가르친다고 판단을 한 후라, 몇 번 질문을 해보고 "고수"라는 분이 다른 답변을 하는 것을 보고 신뢰하지 않기로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을 해버렸다. 물론, 난 어느쪽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각인효과가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내가 처음 방문한 것은 4월 6일이었고, 그 이후에도 틈틈히 시간날 때마다 방문한다고 하는 것이 4월 8일, 그리고 11일이었다. 그런데, 다 하고 보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족한 것같아서 두 시간을 추가하여 14일에 한 번 더 와서 추가 연습을 하였다. 하루에 두 시간이 지났다고 야박하게 고만하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음으로 실제로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한 시간은 어림잡아 10시간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나, 마지막날은 네 가지 코스를 모두 두 번씩 돌아보느라 세 시간 가까이 연습을 하였다.

도봉실내운전연습실을 10시간정도 이용해본 후에 단점을 파악하게 되었는데, 나에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다가왔던 것은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핸들 센서가 실제 차량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도로주행 시뮬레이션 이전에 해보는 연습용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만 국한되는 문제인데, 좌회전/우회전/U턴 연습시에 핸들을 얼마나 돌려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상당한 언더스티어가 난다. 얼마나 심한가 하면 U턴 연습을 할 때, 정상적인 1차선에서 하면 반대쪽 3차선으로 진입이 안되는 수준이다. 그래서, 1차선과 2차선 중간정도에 걸치고 U턴을 하라고 하는데, 이것 때문에 좀 짜증이 났다. 당연히 좌회전/우회전 시에도 실제보다 더 많이 핸들을 돌려야 한다.

더 기분이 나빴던 것은 이것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면 도로주행 시뮬레이션은 정상적으로 동작하니 상관없다고 대꾸를 하는 것이다. 이 말도 애매하여 처음에는 도로주행시험볼 때는 상관없다는 말로 알아 들었다가, 나중에 가서야 도로주행 시뮬레이션에서는 제대로 동작한다는 뜻을 제대로 알아들었다. 운전에 이미 능숙한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핸들 조작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하는 수강생에게 이것은 상당히 시간이 낭비되는 문제이다. 난 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핸들감각이 수준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좌회전/우회전/U턴 연습 시뮬레이션을 생략하고 도로주행 시뮬레이션을 빨리 시작하였다. 기분이 나쁜 상태에서 두 시간 추가하여 연습하려고 하니 이것 또한 짜증이... 뭐, 커리큘럼대로 안하고 멋대로 하는 나 또한 "고수"님 마음에 드는 수강생은 아니었을 것이다.

마지막 연습을 마치고서는 서로 합격하시라고/사업번창하시라고 덕담을 주고 받으며 헤어 졌다. 처음 갔을 때의 시점에서 도봉실내운전연습실은 오픈한지 아직 두달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단점은 차차 고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전까지는 다른 실내운전연습실을 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드라이빙존 머신을 사용하는 다른 실내운전연습실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데, 좌회전/우회전/U턴 연습 시뮬레이션이든 도로주행 시뮬레이션이든 언더스티어 문제가 보이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전반적인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수준은 상당히 실제 도로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실제 운전면허시험에 도움이 된다고도 생각한다. 다만, 신호체계나 도로의 교통량 등이 실제와 다소 다른 점이 있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는 시뮬레이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는 있다. 실제 도로주행시험 상황과 완벽히 같다고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도로주행시험 1차시도, 실격

드디어 첫번째 도로주행시험을 볼 시간이다. 시뮬레이션으로 마지막 연습을 한 바로 다음날인 15일 15:50 시험을 신청했다. 역시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면 번호표 뽑을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 또 첫번째 순서에 걸릴까봐 이번에는 좀 느즈막히 신청을 했다.

도로주행시험 교양장 들어서니 기능시험때와는 다르게 연령대가 다양하다. 아마도 여성 응시자들 대부분이 전문학원에서 시험을 보는 경향때문인 듯? 대기하다 관련 영상을 시청 후, 시험관이 호명을 하면 한 시험관에 세 명의 응시자가 한 그룹으로 묶여서 서로 참관도 해주고 시험도 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나는 두번째로 운전을 하게 배정되었고, 첫번째는 어느 아리따운 여자 응시생이었다. 두번째 응시자는 첫번째 응시자와 세번째 응시자의 참관을 모두 하게 되어 있다. 첫번째가 아니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첫번째 응시생이 선택한 코스는 B. 응시생이 직접 타블렛PC에 클릭을 하면 랜덤으로 선택되는 시스템이다. 벨트를 메고 시동을 걸고 사이드브레이크를 내린 후 시험 시작을 알리는 좌측 깜박이를 켠다. 기어를 D에 놓고 출발한다. 차단기가 열리고 도로주행시험장을 나서는데 우회전시 핸들링이 상당히 매끄럽다. 그 이후에도 상당히 깔끔한 운전실력을 보여주어 누죽이 들어 버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에서 살다 왔는데, 한국과 운전면허 교환이 안되는 주여서 다시 따는 거라고... 어쩐지... 다만, 평행주차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 살다 왔다고 하니 이해가 된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난 D코스가 걸렸다. 다른 코스들과 달리 다소 이질적이라 더욱 자신이 없어지고 긴장감도 더욱 높아졌다. 첫번째부터 붙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운이 좋으면 붙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차단기가 올라가고 우회전을 하는데 핸들을 너무 꺾어 차가 다소 흔들렸다. 감점이 될 듯하다. D코스는 면허시험장에서 나와 우회전을 하게 된다. 그런데, 면허시험장 앞에 있는 횡단보도에서 조금 움직이자 시험관이 "어!"라고 외친다. 보행자 안전에 유의하라고 경고한다. 가까스로 우회전을 하여 도로에 진입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로에 차를 몰고 나오는 순간이다. 그런데, 도봉운전면허시험장 C/D 코스는 나오자마자 우회전을 하면 버스전용차선이기 때문에 바로 차선변경을 하여 나왔다가 다시 3차선으로 들어가서 노원역고가도로에서 우회전을 해야 한다. 이것도 차선변경 후에 깜박이를 너무 늦게 끄는 실수를 했으나 어찌어찌 했다. 그런데, 노원역 고가도로에 다다르고 우회전을 하는 상황에서 제2 보행자신호에서 또 조금 앞으로 갔다가 시험관의 "어!"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시험관은 조용한 목소리로 "시험을 종료합니다"라고 말한다. 실격이다. 난 "왜요?"라고 물었다. 알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시험관이 보행자보호 의무에 대해서 매우 상식적으로 설명을 해준 후, 핸들을 넘겨 받는다. 시뮬레이션으로만 연습을 한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행자는 시뮬레이션이 되어 있질 않으니 보행자보호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인식이 안된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고나 할까...

"보행자보호 위반" 사유로 실격된 상태에서 세 번째 응시자의 참관인으로서 그대로 차에 타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저 우울한 기분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지금 내 상태에서는 참관하는 것도 훌륭한 훈련이 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참관하며 코스를 익히기로 하였다. 다만, 이미 맨탈이 맛이 간 상태라 어떤 코스가 선택되었는지 캐치를 못했다. 면허시험장에서 좌회전을 했으니, A코스나 B코스일 것이다. 그런데, 세번째 응시자는 중간정도 가다가 황색신호에서 교차로를 지나쳐 "신호위반"으로 실격되고 말았다.

모든 시험이 불합격시 정신적인 충격을 유발하지만, 운전면허시험같이 쉬운 시험은 특히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가 쉽다. 이렇게 쉬운 시험인데 떨어졌다라는 자괴감에 휩쌓이게 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특히나, 난 그 쉽다는 기능시험에도 떨어졌었던 경험 때문인지 충격이 더 컸다.

도로주행시험 2차시도, 점수미달 불합격

3일이 지난 18일에 다시 도로주행시험에 도전하게 되었다. 주말을 낀 이 3일동안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머리에서 운전면허시험에 대한 문제가 떠나질 않아 다른 일에도 방해가 되었다. 운전면허시험은 시작 후에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따야 생활에 불편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난 스트레스를 안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운전실력에 대한 기대치가 극도로 낮아진 상태에서 시험에 응하게 되었다. 그래서, A/B코스가 걸리면 온수골 사거리만 벗어나는 것으로, C/D코스가 걸리면 동부간선도로까지만 가는 것으로 목표를 삼았다. 운이 좋으면 완주나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도 1시험관-3응시생으로 그룹이 지어졌고, 난 세번째로 운전을 하게 되었다. 역시 좀 뜸을 들였다가 인터넷으로 응시를 한 것이 주요했다. 세번째 응시생은 첫번째 주행시에는 시험장에서 대기하게 되어 있는데, 얼마 안있어 내가 속한 그룹의 차가 도로시험장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인다. 실격했나보다.

두번째 응시생의 참관자로서 차에 타게 되었다. 코스는 B. 이 분은 차선변경이나 좌회전/우회전시에 깜박이 켜는 타이밍이 너무 늦다. 거의 깜박이를 켬과 동시에 차선을 변경한다. 시험관도 이를 지적한다. 이것 말고도 여러모로 부족함이 드러나긴 했는데, 막상 이 분이 실격한 것은 코스를 다 돌고 면허시험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신호위반으로 실격. 뒤늦게 깨닫고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이미 선을 넘었다. 시험관도 아쉬워한다. 시험관에게 핸들을 넘겨 준다.

내 차례가 되었다. 똑같은 B코스가 걸렸다. 별 거 아닌 것같지만, 참관자로서 방금 돌아본 코스가 선택되는 것은 심리적으로 꽤 도움이 되었다. 면허시험장 바로 앞에 있는 횡단보도부터 "보행자보호"를 위해서 신경을 쓴다. 그런데, 시험관이 진행하라고 한다. 내가 머뭇거리자, 위험하면 브레이크 밟을 테니 진행하라고 하면 진행하란다. 가까스로 좌회전 신호를 놓치지 않고 좌회전을 하여 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시험관마다 중요시 여기는 항목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3일전에 만났던 그 시험관은 "보행자보호"를 상당히 강조하는 편이었고, 이번 시험관은 원활한 주행을 더 중요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주행 중에도 말로 잘 설명을 해준다. 심지어 내가 햇갈려서 상계초교입구 전에 U턴하려고 하자 핸들을 잡아주며 여기 아니라고 가르쳐 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배려 때문인지 실격하지 않고 완주하며 도로시험장에 들어 왔다. 내가 완주를 했어!

이제 평행주차를 할 차례다. 평행주차 공식은 이미 외우고 있었다. 바퀴기준으로 우-중-좌. 시뮬레이션에서도 어설프지만 몇 번 성공을 했다. 그런데, 조수석에 시험관이 타고 있으니 옆 선이 보이지 않아서 어깨라인으로 맞출 수가 없다. 당황스럽다. 대충 맞춰서 기어를 후진으로 하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최대한 꺾어서 진입을 시도,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공식대로 다 진입을 했으나 왼쪽 선을 밟고 있다. 더 오른쪽으로 가야 했다. 그 후로 찔끔찔끔 버벅버벅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노력을 하였으나, 평행주차 실패!

평행주차를 실패해도 3점감점만 되고 합격할 수도 있으니 기대를 하고 시험을 종료했는데, 결과는 68점으로 점수미달 불합격! 시험관 말로는 나의 운전능력이 합격시켜주기에는 상당히 애매하여 몇 번의 실수는 눈감아 주고 71점으로 들어온 후 평행주차를 성공하면 합격시켜 주려고 했단다. 그러나, 평행주차 실패로 3점을 더 감점시켜서 68점으로 불합격 처리를...

주요 감점사유를 설명해 주었는데, 노원구청 후문쪽 도로에서 오른쪽에 주정차된 차량을 피해서 갈 때 1차선으로 완전히 들어와서 다시 2차선으로 간 것이 아니라 1,2차선을 걸쳐서 피한 후에 갔던 것이 (실제 운전시엔 상관없지만) 감점요인 중 하나였고, 동부간선도로에서 우회전한 후에 온수골사거리로 가는 길에 쓰레기차가 정차되어 있어 2차선으로 옮기는 타이밍에서 차선 변경이 너무 늦었다고 한다. 이 외에 몇 몇 감점 상황을 설명해 주었는데, 난 기억이 없다. 운전을 할 때 머리로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손이랑 발이 알아서 한 것 같은 느낌이라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이외에도 마지막이라 몇 몇 조언을 받았는데, 주차에 대한 감이 없다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하라고 했다.

지난 첫번째 시도때와는 다르게 완주를 해서인지 기분이 많이 우울하지는 않았다.

도로주행시험 3차시도, 가까스로 합격

22일에 다시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았다. 여러 가지 정보를 다시 얻은 바로는 서울시내에서 먼허를 따기 가장 수월한 곳은 강서면허시험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에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은 워낙에 교차로가 많아서 신호위반으로 실격되는 사례가 많으며, 또한 어떤 도로에서 U턴을 해야 할 지 햇갈리기 때문에 미리 도로를 완벽하게 외워놓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떨어지면 강서면허시험장에 가서 시험을 보는 것을 고려해 보기로 했다.

도로주행시험에 앞서서 항상 유튜브에서 네 개의 코스 주행 영상을 보면서 코스를 외우곤 했다. 주로 기본적인 운전 조작 능력에 대해서는 "미남"님의 영상을 보고, "미남"님이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은 커버를 하지 않아서 코스 숙지를 위해서 "폴리샘"이라는 분이 올려 놓은 영상을 이용하였다. 그런데, 이 "폴리샘"도 영상에서 종종 황색신호에서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엄연한 실격사유이다. 그런데, 때마침, "미남"님의 도봉면허시험장 A코스와 B코스 영상이 올라와서 A/B 코스는 "미남"님의 영상으로 보고 들어 갔다. 특히나, A코스가 갑자기 가물가물 하여 가는 길에 한 번 더 영상을 확인했다. 확실히, "미남"님이 설명을 더 잘해준다. 아마도 운전면허 강습계에서는 최고 레벨이 아닐까 생각된다.

날씨가 한동안 꾸리꾸리하고 실제로 목요일에도 비가 와서 좀 걱정을 했으나, 어차피 내가 붙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오후에는 개인다는 날씨 예보도 있었기에, 예정대로 15:50에 등록을 하였다. 대신, 장내기능시험 영상을 다시 보면서 와이퍼 조작법을 한 번 더 숙지했다.

이번에는 1시험관-2응시자의 그룹으로 묶였다. 다른 그룹은 3응시자인데 내 그룹만 2응시자이다. 게다가, 내가 첫번째로 운전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중요한 시험에서 자주 사용하는 "역레발" 마인드 콘트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더니 긴강감이 다소 완화된 상태였다. 단, 그 상태를 뒤집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

차문을 열고 자리에 앉아서 늘 그랬듯이 운전석을 뒤로 좀 민 후에 벨트를 매고 핸들을 확인한 순간, 완화되어 있던 긴장감이 극도로 팽팽해짐을 느꼈다. 핸들이 한쪽으로 돌아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자연적으로 풀리기를 기다렸는데도 풀리지 않았다. 핸들이 이상하다고 시험관에게 아무리 말을 해도 핸들이 정상이라고 한다. 완주만 하자는 목표도 힘들 것 같았다. 핸들은 정상으로 돌아 왔으나, 이미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힘든 상태였다.

코스는 A가 선택되었다. 시험 직전에 "미남"님의 A코스 영상을 봤던 것이 다소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시험관이 상당히 깐깐하게 느껴진다. 이번 시험관은 차선 유지를 상당히 중요시 하는 것같다. 온수골 사거리에서 우회전 한 후에 차선을 변경하여 2차선으로 옮긴 후 심리적으로 다소 안정되어 편안하게 운전을 하고 있는데, 차가 지금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다면서 지나가던 버스랑 부딪힐 뻔 했단다. 주의하겠다고 답하고 다시 운전을 계속하였다. A코스는 다른 코스와 비교하여 교차로가 가장 많은 코스이기 때문에 황색신호에 걸려 실격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며 운전을 하였다. "미남"님의 영상에서 황색신호로 인한 실격을 피하는 방법이 나와 있었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었다.

상계교에서 U턴을 할 타이밍이다. 보행자신호 또는 좌회전신호에서 U턴인데, "미남"님의 영상에서도 지적되어 있듯이 여기는 보행자신호를 보기가 힘들다. 이럴 때 시험관에게 물어 보라고 해서 물어봤더니 묵묵무답이다. 뒤늦게서야 저기 자전거가 건너가고 있으니 보행자신호 들어온 거 아니냐며 핀잔을 준다. 이 시험관의 깐깐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온수골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면 바로 버스전용차로라 바로 2차선으로 변경을 해야 했다. 그런데, 2차선으로 변경하기에는 직진하는 차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물어 봤는데 역시 묵묵무답이다. 1차시도때 만났던 시험관은 첫번째 응시생이 나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냥 버스전용차선으로 진행하라고 했었던 것이 기억나서 나도 같은 답변을 들을 것이라고 기대했건만 묵묵무답이라니... 가까스로 2차선으로 들어온 후에 그럴 때는 서있다가 차가 다 간 다음에 2차선으로 들어와야 될 것 아니냐며 또 핀잔을 준다.

어찌저찌 도로주행을 마치고 평행주차를 할 시간, 2차시도때와 마친가지로 평행주차에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서, 우울해하며 강서면허시험장으로 가야 하나 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합격이라면서 연습 더하고 운전하라며 마지막까지 핀잔을 준다. 몇 점이냐고 물어보니 72점이란다. 우오~~ 정말 합격이다! 핀잔은 많이 주면서 점수는 잘 안깎는 츤데레 스타일의 시험관이었나보다.

합격의 기쁨을 뒤로하고, 참관인 자격으로 다시 차를 탔다. 그런데, 이 응시자가 황색신호에 걸린 것을 뒤늦게 깨닫고 급브레이크를 잡았으나 선을 넘고 말았다. 시험을 종료하겠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으나, 아무말이 없다. 선을 명백히 넘었는데도 별 말이 없다. 생각보다 시험관의 재량이 많은 것같다. 그리고, 이 두번째 응시자도 나와 같이 평행주차에 실패했음에도 합격하였다.

2종오토 차량의 경우, 도로주행시험의 합격율이 50%가 채 되지 않은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 합격율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존 합격율이 너무 낮으면 처음부터 왠만하면 합격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채점을 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또한 이런 상황에 혜택을 받았을 수도 있고...

위의 가정이 맞다면, 도봉운전면허시험장이 강서운전면허시험장보다 까다로운 코스라고 할지라도 합격율에서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즉, 신호위반 등의 명백한 실격사유가 아닌 한, 자잘한 감점을 지양하여 균형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지 않을까 한다. 반면에 쉬운 코스로 유명한 강서운전면허시험장은 신호위반 등의 명백한 실격 사유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대신 자잘한 감점 요인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해서 합격율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일 테고... 이 말은 자잘한 감점요인이 없을 만큼 기본기가 잘 되어 있는 상태라면 강서운전면허시험장에서, 나같이 실력이 어설픈 상태에서 시험을 본다면 도봉운전면허시험장에서 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뭐 이런 자잘한 전략은 강사들에게 맡기고, 난 그저 합격자로서의 기쁨만 즐기련다.

총비용

총비용은 표와 같이 35만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집에 차가 있어서 연습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좀 더 줄일 수 있었겠으나,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그럭저럭 알뜰하게 면허를 땄다고 생각한다. 사실, 장내기능시험에 한 번 불합격한 후, 나의 운전실력에 실망하여 도로주행시험을 한 열 번은 봐야 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25만원정도를 도로주행시험비용 충당금으로 쌓아 두었는데, 예상밖으로 세 번만에 붙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게다가, 시험 사이 기간마다 심리적으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지... 시간상으로도 이 또한 얼마나 낭비인가!

참고로, 운전면허시험간소화 이후에 면허따기가 쉽다는 편견이 생겨 버렸는데, 간소화는 장내기능시험에 국한된 것이지, 도로주행시험의 난이도는 결코 쉬워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쉬운 장내기능시험 때문에 연습을 얼마 안하고 도로주행시험에 응하니, 도로주행시험의 합격율은 예전에 비해서 더 떨어졌다고 한다. 즉, 장내기능시험 이후에 돈을 아끼려고 충분한 연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주행시험에 응시할 경우 계속되는 불합격으로 인하여 응시료가 쌓여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