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시대』 임승규, 문홍철

자주 들르는 블로그 중에 유춘식님이 운영하시는 KoreaViews 라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 놀라운 책이라며 추천하는 글이 있어 나도 읽어 보았다. 『마이너스 금리시대』라는 책이다. 참고로 해당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choonsik.blogspot.kr/2016/04/blog-post_9.html

우리 나라에는 아직 먼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미 몇몇 선진국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일본이 대표적이고, 몇몇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직은 제로금리보다 미미하게 낮은 수준이라 예금자들이 실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고, 은행들간에만 적용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만약 좀 더 금리가 내려가서 실질적으로 예금자들이 마이너스금리를 적용받는 시대가 온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 것인가를 다루고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예금했는데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받아서 오히려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아무도 저축을 하지 않을 것이고, 그냥 집에다가 금고를 하나 마련해서 현찰을 보유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런데, 이 책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생각이 이러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기 전에 현찰 보유를 금지시키거나 지폐의 가치를 무효화하는 정책을 선제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종이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불법이라니! 그런데, 실제로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일정금액 이상의 제품을 살 때는 현찰을 사용하지 못하게 법제화하고 있다. 종이돈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마이너스 금리가 되더라도 예금이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예로 일본을 들고 있는데, 일본인들이 극도로 낮은 이율임에도 저축을 하거나 자국 국채를 사는 것은 그들이 바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쓰라린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한 때 여러 보험사들이 파산하는 사태가 일어 났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저축성 보험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제공하는 이자보다 조금 높은 이율을 제공해주면서 대신 기간을 장기로 잡는다. 이러한 전략이 평소같으면 훌륭하게 먹히는데, 지속적으로 금리가 낮아 지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10년 전에는 은행에서 3~4% 정도의 이율을 안겨주곤 했고 그래서 보험사들은 7%가까운 이자를 제시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 금리는 점점 내려갔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에 저축한 예금자는 큰 이익을 보지만 보험사들은 이 정도의 고금리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낼 수가 없다. 리스크 테이킹을 하던가 그냥 말라 죽던가 어느쪽이든 파산하고 만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실질적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그리 쉽사리 올 것같지는 않다. 이러한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인구수가 적어서 현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기가 쉬워야 하고, 현찰에 익숙한 고령층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해서는 안된다. 즉, 핀란드나 스웨덴 또는 스위스같이 인구수가 적은 국가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일본같이 인구수가 많고 고령화가 심화된 국가에서는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굳이 마이너스 금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저축을 해서 받는 금리는 대체로 물가상승율보다 낮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중은행에서 정기예금 등을 맡겨 놓는 것이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거나 인식을 하지 못할 뿐이다. 물가상승률이 2%인데 예금금리가 1.5%라면 예금자산은 매년 0.5%씩 깎여 나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 나라에서 향후 5년안에 마이너스 금리를 경험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겠고, 다른 선진국들이 대응하는 방식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겠지만, 『마이너스 금리시대』는 독자에게 신선한 상상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꽤나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