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어 @바다회포차 공릉

가족들은 익힌 생선만 먹고 회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지인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함께 회를 먹으러 갈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광어회를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광어회를 먹은 지가 꽤 오래된 것같다. 그래서, 혼자 동네 횟집에 가보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공릉역 근처에 바다회포차라는 실내포장마차가 나름 평이 괜찮다는 것을 확인하고 방문을 해보았다. 일본식의 정갈함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가 참 단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다양한 색깔로 꾸며 놓은 메뉴판은 나름 아기자기함이 느껴졌다. 이 외에는 정말이지 어떻게 하면 손이 덜 갈까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듯, 테이블에는 여러 장의 비닐이 겹쳐져 있었고, 손님이 한 상 먹고 나가면 그 비닐만 쓰윽 배서 취우도록 만들어 놓은 시스템인 듯하다.

이미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거하게 술판을 벌여 놓은 상태에서 살며시 앉아서 주인아줌마에게 신호를 보내니 몇 명인지 물어 본다. 한명이라며 집게 손가락 하나를 펼쳐 보이니, 아줌마가 씨익 웃으며 자기라도 같이 마셔줄까라는 눈빛으로 쳐다 본다. 나도 씨익 웃어주며 광어 어떻게 하냐고 물어 보니 한 명이면 소자 18,000원짜리 하나면 될 거라고 하여 그렇게 주문을 하였고, 청하 한 병을 주문했다.

스끼다시는 매우 간소했다. 껍질을 안벗긴 완두콩, 쥐포, 생선구이, 누룽지가 들어 있는 조개탕 정도가 나왔다. 난 익힌 생선을 먹지 않아서 생선구이는 그대로 놔두었고, 다른 것들은 다 맛을 보았는데, 특히 조개탕이 꽤 시원하다.

마침내 광어가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도 손이 덜 가게 만드는 시스템을 하나 발견한다. 항아리 뚜껑같은 곳에다가 얼음을 채우고 그것 위에다가 비닐을 씌운 후에 그 위에 회를 올려 놓은 것이다. 늘 무채 위에 나오는 회를 보다가 이런 상태를 보니 살짝 당황스럽다. 무채를 먹지도 않는데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 늘 실용적이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무채없이 나오니 참 볼품없다는 생각이 든다.

볼품없는 것과는 반대로 광어회는 쫄깃쫄깃함을 잘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어떤 부위는 질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쫄깃쫄깃했다. 작은 것으로 주문했는데도 양이 꽤 많아서 술잔을 혼자 기울이며 묵묵히 다 먹고 나니 상당히 배가 불렀다.

평소 혼밥/혼술을 즐기는데 그다지 거리낌이 없었는데, 회도 혼자 즐기니 회의 식감에 집중할 수 있고 나쁘지 않은 것같다. 종종 이렇게 먹으러 다녀야 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