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T @초콜릿의원

지난 2월즈음, 중국 시안 여행을 전후하여 피부에 트러블이 그냥 넘기기 힘들 정도가 되어 피부과를 한 번 가야하나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가, 결심끝에 초콜릿 의원이라는 곳을 방문한 것이 4월 중순경이었다. 바로 방문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냥 좀 더 기다리면 호전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희망과 여러 가지 정보를 찾아 보기 위한 시간, 그리고 학생들의 방학이 끝나는 시점에 받자는 생각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왜 느닷없이 심해진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어렷을 때부터 여드름으로 고생을 해왔던 터라 여드름 관련 피부트러블에 대한 지식은 비교적 해박한 편이다. 즉, 부작용이 많은 로아큐탄 복용을 제외하고 현재 여드름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법은 PDT이며, 여드름으로 생긴 흉터를 제거하는 것은 프락셀이라고 부르는 레이저 치료가 가장 보편적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는 의미다. 또한 PDT나 프락셀의 세부적인 종류도 일부는 알고 있었다.

요즘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이고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그 중에 진짜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으며, 특히나 피부과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 산업인지라 진짜 정보를 찾아 내는 것이 정말 힘들다. 따라서, 내가 찾은 정보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고, 다만, 광고성 글이나 광고성으로 의심되는 사용기들에서 초콜릿 의원이 제시하는 비용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PDT가 이미 보편화된 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치료효과가 있다는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달에 가까운 치료기간동안 분명 증세가 상당히 호전되었으며,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중학교 시절 이후로 가장 깔끔한 피부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물론, 내 생애 중에서 가장 깔끔하다는 뜻이지 다른 사람에 비해서 좋은 피부상태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PDT의 영향으로 피부가 태닝되어 피부톤이 더 어두워 졌다. 그렇지 않다도 밝은 피부가 아닌데... ㅜ.ㅜ

일부 불만족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고, 치료 기간이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으며, 비용도 처음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나갔지만, 피부상태가 상당히 호전되었기에 대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다. 다만, 현재의 만족스러운 상태가 복용하고 있는 내복약을 끊은 후에도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

치료과정 및 비용

치료방법은 주로 필링, 1450nm의 파장을 이용하는 알레그로, 그리고 PDT를 번갈아 가면서 받았는데, 방문할 때마다 기본적인 압출 등의 관리를 받았으며, 필링을 할 때에만 의사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고, 알레그로나 PDT의 경우 스텝선에서 진행되었다. 치료과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4/19 필링
4/27 알레그로
5/02 PDT
5/09 알레그로, PDT
5/17 필링
5/23 알레그로, PDT
5/30 알레그로, PDT
6/07 알레그로, PDT
6/13 필링

초콜릿 의원의 경우 진료비 청구 방식에 쿠폰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 내가 다른 피부과에서 이런 치료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독특한 개념인지 비급여 피부과 진료에서 보편화되어 있는 형태인지는 모르겠으나,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쿠폰당 비용은 예전에 3만원이었던 적도 있으나 내가 치료받을 당시에는 이미 4만원으로 오른 상태였고, 지불방식 등에 따라서 20만원에 6회나 7회까지 할인되기도 했고, 때에 따라서 더 낮은 가격에 쿠폰을 구입할 수 있도록 종종 문자메시지를 보내준다.

위에 명시되어 있는 필링, 알레그로, PDT 등이 각각 쿠폰 하나씩이 소모되는 치료인데, 즉, 알레그로와 PDT를 모두 받는 날은 쿠폰 두 개가 소모된다. 나같은 경우에는 처음 20만원에 쿠폰을 일곱개 구입했고, 추가로 20만원을 지불해서 여섯 개를 더 얻었다.

여드름 진정을 위한 피부과 치료가 건강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라 피부과마다 치료과정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대체적으로 꽤나 많은 비용이 나온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어서 참으로 망설여 졌고, 그래서 여러 방면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 초콜릿 의원이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PDT를 받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방문을 한 것이었는데, 난 사실 20만원이 언급되어 있어서 20만원이면 치료가 끝나는 줄 알았으나, 쿠폰 구입 단위가 20만원인 것이지, 20만원으로 해당 치료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PDT만으로 쿠폰을 다 소진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아마 불가능하다고 본다. 상도가 아닌 것같아서 물어 보지도 않았지만, 쿠폰 개념의 지불방식에도 불구하고, 필링-알레그로-PDT를 세트로 묶어서 한 번 PDT를 받기 위해서 10만원이나 12만원정도가 청구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아마도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도 최저가 그룹에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아도 이 이하의 가격으로 PDT 치료를 해주는 병원을 찾을 수는 없었다. 뭐 내 검색능력의 한계일 수도... 위에서 언급했듯이 수많은 광고들 속에서 "진짜 정보"를 찾기 정말 힘든 업종이다.

이 외에도 처방전이 발급되어 약 두달간 내복약을 복용하였으며, 지금도 2주치의 추가 처방전을 받은 상태이다. 2주에 한번씩 총 8주동안 약값만 8만원의 비용이 들었고, 추가로 2주치의 약까지 포함하면 10만원에 가까워진다.

결론적으로 내가 치료에 사용한 비용은 50만원에 육박한다. 이것도 일정상 장기적으로 치료를 받기가 어렵고, 비용도 부담이 됨을 사정하여 이 정도로 처리가 된 것같다. 병원측에서는 PDT 등의 치료가 끝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내원하여 필링 및 압출 등의 관리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흉터치료까지 자연스럽게 진행하려고 하였으나, 난 당장 흉터치료까지 진행할 의사가 없으며, 하더라도 차후에 하길 원한다고 밝혀서 약 두달 정도의 기간에 우선 치료를 마치게 되었다. 처음 진료 상담시에 비용 등에 대해서 정확하게 상의 및 협의를 하고 진행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밖의 이야기들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PDT를 다섯 번 정도 시행한 것으로 보아 레블란 PDT 수준의 고농도 용액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마일드한 5% 수준의 용액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레블란 PDT같은 고농도 용액으로 시행할 경우 두세번 정도에 그치는 대신 이삼일간 태닝의 우려가 있고, 마일드한 용액으로 진행할 경우 다섯번에서 열번정도를 시행하는데, 대신 태닝의 리스크는 덜하다고 알려져 있다. 나 또한 진료과정에서 하루정도는 태닝에주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며, 실제로 왼쪽 눈썹 밑으로 PDT 용액이 흘러내려서인지 눈섭 밑에만 붉게 타기도 했다. 눈썹 밑에는 선블록을 원래 잘 안바르지 않나?

처방약은 영풍독시사이클린정 100mg과 알비스정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고, 하루에 두번씩 복용하도록 되어 있다. 영풍독시사이클린정이 실질적으로 여드름 등의 염증치료에 효과를 발휘하는 약이며 테트라싸이클린계 항생제라고 씌여 있다. 항생제이다 보니 장복하면 내성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대체적으로 두 달 정도가 최장 복용기간인 듯하다. 그리고, 알비스정은 위의 약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 등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함께 처방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역시 전문가가 아니니 오류가 있을 수 있는 내용이며 더 자세한 내용은 약사에게 상담을...

처음 처방전을 받아 들고 그냥 가까운 약국에 간다는 것이 대치필리아약국이라는 곳이었는데, 6시 이전이라 할증이 붙지도 않았음에도 2주치 약값이 무려 19,500원이나 하여, 깜짝 놀라 다음 2주치 처방전을 받았을 때에는 종로의 보령약국까지 가서 받아 왔으나 약값은 동일했다. 오히려 보령약국은 19,530원으로 30원까지 다 받았다. 비급여 처방약의 경우에 약국마다 가격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정보때문에 보령약국까지 찾은 것이었으나, 위의 경우는 가격이 다르지 않았다.

여드름 압출을 받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처음 방문한 날인 4월 19일은 생애에서 잊을 수 없는 고통을 맞본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4.19압출사건이라고 기억될 것같다. 워낙에 피부상태가 안좋은 상태라서 엄청난 횟수의 찔림과 눌림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는데, 나중에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아저씨가 그걸 못참아서 운다며 스텝이 흉봤을 지도 모르겠다. 난 일정 수준 이상의 고통스러움이 지속되면 현기증이 나곤 하는데, 오랜만에 그런 경험을 했다. 게다가, 압출 후에 필링을 하는데 어찌나 따갑던지...

다만, 그날 이후로 압출의 고통은 피부상태의 호전에 의해서 자연스레 횟수가 줄어들었고, 통증에 대한 내성이 쌓여서인지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마지막 방문 때는 압출할 곳이 몇 군데 없어서 스텝이 나에게 더 압출 받고 싶은 곳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런데, 그 질문이 또 섬뜩하게 느껴졌던 것이, 얼굴을 몇 번 더 바늘로 찔러줄까?라고 묻는 거잖아!

병원 방문전부터 시설이 다소 열악하고 심지어 여드름공장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표현하는 글도 있었는데, 방문한 이후에 어떤 느낌으로 그런 표현을 썼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치료를 위한 침대가 좁은 공간에 워낙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 난 병원의 화려한 인테리어를 오히려 두려워 하곤 하는데, 이런 인테리어 비용이 진료비에 청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만큼은 소박한 인테리어에 편안함을 느낀다. 세안을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을 단점으로 꼽는 글도 있었는데, 이미 언급했듯이 난 다른 피부과에서 이런 치료를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이것이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른 피부과는 누워 있으면 스텝들이 세수도 시켜주나?

의사와의 상담시간은 아마도 내가 초콜릿의원에서 가장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아닐까 한다. 여드름 치료에 대한 과정을 마치 강의해주듯이 자세히 설명해주는 점은 마음에 든다. 설사 그것이 이미 인터넷에서 접한 정보들이라 아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단계별로 조리있게 의사의 입으로 나오는 설명은 분명 더 귀에 잘 들어오고 이해도 잘 된다. 인터넷에서 접하는 단편적인 지식보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들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상담이 환자의 상태나 치료에 따른 변화에 대한 언급보다는 병원이나 의사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여 환자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쪽으로 취우치는 경향이 있다. 여기까지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싸다고 의심을 갖는 환자가 많은 것같다. 절대 싸다고 치료수준이 낮은 것이 아님을 여러 번 강조를 한다. 난 방문 전부터 저렴한 가격은 피부과의 경쟁 격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박리다매라는 측면으로 이해를 하고 갔기에 치료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의심을 한적이 없는데, 자꾸 의심을 하지 말라는 언급을 하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오히려 가난한 학생들이 비용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웠기 때문이고 돈은 덜 벌어도 학생들 치료해주며 보람을 찾는다는 말에 갸우뚱했다. 이 또한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사의 입장에서 경쟁심화나 박리다매 등의 상황을 환자에게 언급하기도 좀 그렇고, 박리다매로 돈도 벌면서 보람도 느낄 수 있는 것 아닌가!

다만, 뭔가 내가 질문을 하면 이것을 의심을 한다고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느껴졌다. 환자로서 걱정과 우려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이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의심을 하냐며 타박을 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뭔가 내 태도가 겸손하지 못하여 의사를 화나게 했나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에는 질문 자체를 지양하게 되었다. 살짝 스텝한테 물어보는 소심함... 하아... 스텝들은 친절했다. 상담받을 때 상처받은 멘탈을 스텝들의 친절함으로 위안받았다.

그런데, 치료 의외의 이야기는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 내용을 다 밝힐 생각은 없고, 여러모로 환자의 입장에서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굴욕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저렴한 비용에는 이런 것들을 참아내야 하는 점도 포함되어 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다만,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은 나의 쓸데없이 높은 자존감이 불러 일으킨 자의적인 반응일 수도 있다. 대체적으로 환자들이 저연령대의 학생들인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런 학생들을 위주로 상담을 하다 보니 핀트가 안맞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이때까지 지나치게 친절한 의사만 만났던 것일까?

PDT의 효과가 마냥 지속되는 것은 아니고, 약 6개월에서 1년 사이로 알고 있었으며, 병원에서는 그것보다 더 짧은 기간을 언급한다. 그래서, PDT가 내 피부에도 효과가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면 매년 방문하고자 했는데, 효과 여부에 상관없는 의외의 변수가 생겨 버렸다. 의사 선생님 만나는 것이 너무 두렵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