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메밀국수 @봉평메밀막국수 수락산역점

수락산역 근처에 롯데시네마가 들어선 이후에 동네/범동네권 맛집을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다. 봉평메밀막국수도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곳인데, 수락산역점이 본점인 것같다. 생각보다 수락산 올라가는 길에 숨겨진 맛집이 많은 듯하니,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찾아볼 예정이다.

특유의 거친 식감을 가진 메밀국수를 꽤 좋아하는 편이지만, 막국수를 먹어본 것은 아주 오래전에 친구들과 춘천여행을 가서 잠깐 경험해본 것이 전부였고, 당시에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다. 그래서, 다시 막국수의 맛을 탐험하러 봉평메밀막국수에 들렀다.

한가운데 앉아서 주위를 둘러 보다가 살짝 당황했다. 식당안에 60세 이하의 손님은 나 뿐인 것이 아닌가! 평일 저녁시간인데... 원래 막국수의 맛은 노인들의 맛이었던가! 뭔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으나,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막국수라 함은 물을 많이 들어간 음식으로 알고 있는데, 난 비빔메밀국수를 주문했다. 냉면도 비빔냉면은 실패하기 어렵다는 상식을 막국수에도 적용해본 것이다. 김치메밀전 또한 먹을만 하다는 여러 블로거들의 의견들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막국수만 주문하였다.

5분이면 나올 줄 알았는데, 10분 이상을 기다린 것같다. 서빙이 된 후에 미리 나온 육수를 살짝 떠먹어 보니 의외로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진다. 냉면집 육수와는 좀 다른 맛이다. 사진을 한 장 찍어 두고 가위로 두 번 잘른 후 적당히 비벼서 한 입 먹어 보았다. 그런데, 비빔양념과 국수가 잘 어울어 지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하다. 마치 막국수에 양념장이 잘못 들어가 있는 듯한 행세이다. 덕분에 메밀국수 본연의 담백한 맛이 양념에 가려지지 않았으니 장점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나 먹으면 먹을 수록 허전한 느낌이다. 평양냉면의 심심함과는 다른, 뭔가 결여된 맛이다. 이런 결핍됨이 막국수의 맛이었던가!

결론적으로, 내 입맛에 맞으려면 메밀국수를 일본식 판모밀로 즐겨야 함을 깨달았다. 메밀의 심심함에 강렬한 간장국물이 스며들어 있는 맛이 내가 선호하는 맛이었나보다. 참고로, 작년 제주여행에서 메밀 100%로 만든 국수를 먹으면서 절대로 메밀을 과하게 사용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었는데, 이번이 메밀에 대한 두번째 깨달음인 셈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