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DC코믹스 영화들의 진지함에 지루함을 느끼던 관객들은 아마도 이번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하여 DC코믹스의 캐릭터들이 모두 수퍼맨이나 배트맨같이 폼만 잡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며 기뻐했을 것이다. 악당들을 모아서 더 골치아픈 악당을 처리한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로운 발상이기에, 다른 것들은 기본만 해주면 영화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영화는 정말 재미있었다.

이 영화를 날카로운 비평자의 관점에서 하나하나 따지고 들자면 허술한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소재가 너무 좋다. 정부 고위관료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은밀히 악당들을 모아서 자신의 실수를 덮겠다는 설정은 다소간의 무리수가 있을 지언정 지루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여러 착한 악당(?)들 중에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는 캐릭터는 당연히 마고 로비Margot Robbie가 연기한 할리퀸이다. 조커의 여자 친구라니... 매력적이지만 조커만큼이나 미친듯이 폭력적이다. 그리고, 마고 로비는 이런 캐릭터를 미친듯이 소화해낸다. 마치 할리퀸을 연기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같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스칼렛 요한슨의 블랙위도우가 있다면 DC 시네마틱 유니버스에는 마고 로비의 할리퀸이 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구성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개성을 발휘하지만 할리퀸의 활약에 덮여 버리는 경향이 있다. 사실상이 홍일점 캐릭터이기도 하거니와 워낙에 캐릭터가 튀다 보니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심지어, 할리퀸 때문에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본 이후에는 배트맨보다 조커가 더 좋아질 지경이다. 분명, 할리퀸같이 매력적인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라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조커는 여러 번 배트맨을 핀치에 몰아넣고도 살려주는 아량도 베풀지 않았는가! 조커가 진정 위선을 떨쳐버린 이 시대의 영웅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