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익어버린 안심스테이크 @2046 팬스테이크 본점

민웅이형이 맞은편 스타벅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왜 먼저 들어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얼버무리듯 언제올 지 몰랐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혼자 일찍 와서 테이블 차지하고 있는 것이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닐게다. 철제계단을 일곱여덟개 딛고 올라가 2046팬스테이크의 문을 열고 들어 가니 고기굽는 연기가 사방에 퍼져 눈뜨기가 힘들다. 적응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심이누나가 좀 늦는다고 하여, 우리끼리 먼저 스테이크를 주문해 놓고, 비교적 빨리 나올 것같은 샐러드는 심이누나에게 메뉴판을 찍어서 오는 중에 고르라고 하고, 근처에 오면 샐러드도 주문을 넣을 작정이었다. 내가 고른 것은 안심스테이크였고, 민웅이형이 고른 것은 채끝등심으로 만든 스페셜 스테이크라는 메뉴를 골랐다. 메뉴판에 보이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해 보인다. 100g당 1만원 조금 넘는 가격이다. 고기의 질이 살짝 걱정되었다.

우리 테이블 근처에 있는 서버에게 물어보니, 샐러드가 스테이크보다 먼저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스테이크를 먼저 주문한 것이었는데, 우리가 주문한 후 5분도 채 되지 않아서 스테이크가 서빙되었다. 으잉?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팬에다가 스테이크를 서빙해 주는 스타일인데, 그렇다 보니 어느정도만 익힌 후에 테이블에 서빙되고, 그 다음은 잔열로 스테이크를 익히는 방식이다. 서버가 테이블에서 조금 더 구워주면서 미디엄레어로 먹으려면 지금 접시에 꺼내어 놓으라고 한다. 난 안심의 경우 미디움 정도로 먹는 것을 좋아해서 조금 더 방치해 두기로 하였다.

격식 안따지고 먹어도 상관은 없는데, 왠지 샐러드를 먼저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앞에 고기가 익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자니 참 난감하다. 심이누나에게 문자가 오자마자 샐러드도 주문을 하였다. 누나는 버섯샐러드를 선택했다. 원래는 심이누나가 안국역에 도착할 즈음해서 주문을 넣으려고 했지만, 바로 주문을 넣은 것이다. 곧 안국역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다시 왔으니 그리 큰 차이는 아니다. (다만, 심이누나는 안국역에서는 늘 1번출구만 이용했는지 아무생각없이 1번출구로 나와서 예상보다 좀 더 늦었다. 3분출구라고!!)

스테이크를 위주로 하는 곳이지만 푸짐하게 쌓여 있는 샐러드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다. 민웅이형 말로는 새우 샐러드가 좀 더 맛있다고 하던데, 버섯 샐러드도 나쁘지 않았다. 드레싱이 다소 강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인 샐러드의 퀄리티를 방해하는 수준은 아니다.

민웅이형이 채끝 부위를 조금 칼로 썰러 주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한 우려가 사라진다. 고기의 질이 나쁘지 않다. 다만, 고기 안에서 뭔가 씹히는 것이 있다. 밷기가 귀찮아 그냥 꿀꺽 삼켰다. 난 스테이크를 먹을 때 주로 안심부위를 고르기 때문에 채끝살이 등심보다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늘 가격은 채끝살이 더 비싸던데...

그리고, 내가 주문한 안심도 먹어 보았다. 역시 고기의 질이 훌륭하다. 채끝부위를 먹고 나서 먹은 탓인지 훨씬 부드럽다. 접시에 덜어 놓기 귀찮아서 방치한 탓에 팬 안에서 미디움보다 좀 더 익었는데도 고기의 부드러움이 유지된다. 고기의 질만 따지자면 부처스컷 못지 않다. 함께 나온 새우와 버섯도 훌륭하다. 특히나 새우살의 식감이 탱탱하여 마음에 든다.

심이누나는 늦게 도착하여 정신이 없는 것인지 고기를 몇 점 집어 먹지 못한 듯하다. 그리고, 이 집 분위기를 별로 안좋아하는 것같다. 나 또한 고기 굽는 연기가 너무 심해서 재방문은 좀 꺼려진다. 뭔가, 빨리 먹고 나가야할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좋은 질의 고기를 먹는 것이 쉽지는 않은지라 좀 갈등이...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여자 손님이 더 많다. 늘상 고기집은 아저씨들이나 선호하는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심이누나가 여자들도 고기를 좋아하지만 남자하고 올 때는 마음껏 먹지 못하는 여러 가지 애매한 상황을 설명해준 덕분에 이해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2046팬스테이크는 여자들끼리 고기 먹으로 오는 아지트 같은 곳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