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다카노 가즈아키의 작품은 이번이 세번째이다. 처음 접한 것이 『13계단』이고, 그 다음이 역대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제노사이드』, 그리고, 이번이 『K.N의 비극』이다. 발표한 순서대로 읽은 것은 아니고, 그저 『제노사이드』이후에 이 작가에 대한 팬심이 생겨서 찾아 보게 되었다.

다른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도 그러하지만 『K.N의 비극』도 꽤나 어둡다. 일부러 어두운 소재를 택하는 것같다. 이번에는 낙태에 대한 이야기다. 짧게 이야기하자면 재물을 생명보다 중시하여 낙태를 결심하다 애낳다 죽은 귀신이 씌여서 개고생 하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본격 엑소시즘을 표방하지는 않는 것이 남편의 눈에는 귀신이 씌인 것으로 보이지만, 정신과 의사는 이를 정신병으로 간주하고 치료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가운데 서서 굳이 어떤 것이 맞다고 편들지 않는다. 굳이 말하자면 둘 다 맞다라는 입장인 것같다.

추리소설이나 범죄소설이 아님에도 이런 수준의 팽팽한 긴장감을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꽤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로 만들어도 될 것같다. 또한, 조사를 상당히 많이 하고 글을 쓰는 작가라는 것을 『제노사이드』에 이어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물론, 『제노사이드』 만큼의 스케일이 아닌지라 조사의 범위가 그리 넓지는 않지만, 해당 소재에 필요한 귀신에 대한 내용이나 해리성 인격장애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카노 가즈아키가 일본이나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를 갖고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그의 작품을 찾아서 읽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다만, 1년에 한 권 정도만 읽을까 한다. 작품들이 너무 어둡고 무거워서 마치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부담스럽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