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달리뷔페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여러 화가들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전시회보다는 개인전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샤갈달리뷔페전은 거를까 하다가 평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편이었고, 오랜만에 샤갈그림을 보고 싶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을 방문하였다. 전시회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타이밍이라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손쉽게 할인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전시회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샤갈을 보러 갔다가 버나드 뷔페를 알게 되었다 정도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마르크 샤갈의 그림은 예전에도 그러했듯 기대한 만큼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했고,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은 기발하였다. 그런데, 정작 전시회장을 나온 뒤 기억속을 점령한 것은 잘 모르던 버나드 뷔페의 작품 속에 존재감을 보여주던 강렬한 윤곽선들이었다.

아마도, 버나드 뷔페는 함께 이름을 올린 마르크 샤갈이나 살바도르 달리와 견줄 만큼의 인지도를 가진 거장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세 명의 작가로 묶어서 전시회를 큐레이션한 것이 아마추어의 눈높이에서도 납득이 갈 만큼 임펙트가 강했다. 게다가, 오디오가이드를 통해서 알게된 그의 고난과 생의 마지막은 그림을 좀 더 강렬하게 만들었다. 난 작품의 뒷이야기가 작품 감상에 영향을 주는 것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지만, 이미 작품 자체에서도 충분한 만족을 느꼈기에 추가로 감동을 선사한 강렬한 서사 또한 즐겁게 받아 들였다.

전시회를 보기 전에는 후기를 버나드 뷔페 위주로 쓸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의문점, 즉, 왜 현대미술은 추상적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아마도) 비슷한 반발심을 가진 거장의 작품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작용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