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누스 『산자와 죽은자』 넬레 노이하우스

지난 4월 『사악한 늑대』를 끝으로 리디북스에서 세트로 구입했던 여섯 권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다 읽은 후에 이제 타우누스 시리즈가 종결된 것인 줄 알았는데, 2015년에 타우누스 시리즈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읽기 시작했다. 새로나온 책은 장기기증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를 다룬 『산자와 죽은자』이다.

국내에서 영화화되는 주제로 따지자면 장기기증 보다는 장기밀매를 다룬 경우가 더 많을텐데, 독일은 좀 다른 경우인 것같다. 작가인 넬레 노이하우스가 종종 사회적 문제를 소재로 삼아서 책을 써왔던 것을 감안해 보면, 독일에서는 장기기증을 둘러싼 여러 가지 비리들이 폭로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자와 죽은자』에서는 살릴 수도 있었던 환자를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조작하여 장기를 적출하여 기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사용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역시 이 과정에서 돈이 오가고, 더 나아가 병원차원에서 은폐가 이루어 진다. 그리고, 누군가 이 파렴치한 사건에 연루된 자의 가족들을 저격하여 목숨을 앗아간다. 연루된 자가 아니라 그들의 가족들을 죽여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장기적출과정인데, 장기적출은 죽기 바로 직전에 행해져야 하기 때문에, 여러 의사들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장기를 적출해 내고 나면 남은 것은 그저 누더기처럼 남은 껍데기 뿐이고, 이것을 본 환자들의 가족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고 한다. 또한, 장기적출되기 전의 환자는 그저 장기를 보관하는 냉장고일 뿐이라는 말은 꽤 강하게 뇌리에 박혀 있는 상태이다.

난 예전부터 장기기증에 동의할 경우 위와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꽤나 흥미로웠다. 과연 내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이고 "생"에 좀 더 가까운 상황인데 누군가 생물학적으로 나와 잘 매칭되는 부자 환자가 나의 장기를 애타게 원하는 상황이라면 의사 또는 병원에서 "사"로 판정을 내려 내 장기가 적출당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미 국내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지 누가 알겠는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