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꼬핀 사용해보다

벽에 못을 박지 않고 액자나 시계 등을 걸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누적되다 보니 갖가지 아이디어가 등장해 왔고, 최근에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아이템 중 꼭꼬핀이라는 것이 있다. 참 이름을 와닿게 지었는데, 검색시 키워드가 꼮꼬핀, 꼬꼬핀 등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어서 정말 잘 지은 이름인 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달에 가족끼리 모여서 벽을 하얀색 페인트로 칠했는데, 칠하기 전에 걸려 있는 못같은 걸 모두 빼버려서 달력 하나 걸 수 없는 상황이라, 검색을 해보다가 꼭꼬핀을 알게 되어, 이제서야 구입해와 직접 벽에 꽂아 보았다.

설명서나 인터넷에 이미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 45도 각도로 힘을 주어 벽지를 뚫은 다음에 집어 넣으라고 하는데, 요령이 생기기 전에는 그리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45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 다음에 어떻게 아래쪽으로 집어 넣어야 하는 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위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나 또한 초보지만, 초보자의 입장에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45도각도로 비스듬이 넣어서 어느정도 벽에 부딪혀서 더 들어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면, 이제 각도를 바꿔 벽에 밀착시키고 아랫쪽으로 힘을 주어야 한다. 나같은 경우에 처음에는 잘 안내려가서 드라이버 손잡이를 망치삼아 살짝살짝 내리치기도 하였는데,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좀 강하게 힘을 주니 쑤욱 하고 바늘들이 꼽히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들도 요령이 생긴 후에 잘 하는 것으로 보아 강한 힘을 들일 필요는 없는 것같다. 요령이 부족해서인지 다섯개쯤 꼽으니 등에 땀이 흐른다.

무게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다. 달력이나 무겁지 않은 시계 정도는 가능할 것같은데, 무거운 액자같은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한다. 일정 무게 이상은 안된다고 설명서에 나와 있기도 하거니와, 집집마다 벽지의 강도가 다르니 설명서에 나온 무게보다 가벼워도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떨어져서 인적피해를 입을 수 있는 물건이나 귀중품은 꼭꼬핀보다 못을 박는 것이 여러모로 안전한 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