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나베우동 @도도야

조조로 영화를 보고 브런치를 먹자는 심이누나의 제안이 있었으나, 쉬는 날 그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도전이었기 때문에 영화는 민웅형과 둘이 보시라고 하고, 난 점심때 조인 하는 것으로 하였다. 그래서, 혜화역에 도착해서 어디로 가면 되냐고 하니, 아직 밥집을 안정했다고... 우선 만난 후에 셋중에 대학로 근방을 가장 잘 아는 민웅형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도도야라는 일본 가정식 식당이었다. 도도야가 일본가정식을 표방하는 지는 잘 모르겠으나, 난 그렇게 느꼈다.

버섯 요리로 유명한 곳인 듯하다. 메뉴판에 송이버섯덮밥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송이가 얼마나 들어가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여러 가지 덮밥 메뉴들이 열거되어 있었지만, 국수를 사랑하는 난 자연스레 우동메뉴쪽으로 눈길이 갔는데, 처음 해물나베우동을 주문했으나 공교롭게도 많은 우동메뉴들 중에서 해물나베우동만 안된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버섯나베우동과 김치가 들어간 우동들이 있었는데, 난 김치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내가 표고버섯 향을 거북해 한다는 것! 이때 심이누나가 표고빼고 가능하냐고 물어봐 준다. 그리고, 주방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와 표고버섯이 들어가지 않은 버섯나베우동을 주문할 수 있었다. 난 소심해서인지 이런 걸 잘 못물어보겠더라. 심이누나와 민웅형은 각자 덮밥류를 주문했다.

마침내 이름과 같이 냄비(?)에 우동이 담겨 나왔다. 그런데, 덮밥메뉴들을 주문하던, 우동메뉴들을 주문하던, 밥과 우동이 다 나온다. 어떤 것이 메인이냐의 차이일 따름이다. 국물을 우선 떠먹어 보았는데 꽤나 익숙한 맛이다. 평소 우동국물의 맛은 아닌데... 뭘까 하고 다시 떠먹어 보니, 이제서야 이 맛이 무슨 맛인지 생각이 났다. 바로, 평소에 집에서 종종 먹던 농심 너구리의 국물맛이다. 물론, 난 너구리를 좋아하니 맛있게 먹긴 했지만, 일본식가정식당에서 주문한 우동에서 인스턴트 라면의 국물맛이 나니 좀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천원으로 9천원짜리 우동맛을 재현한 농심을 칭찬해야 하는 것인지, 9천원짜리 우동국물이 천원짜리 인스턴트 라면수준이니 억울해야 하는 것인지... 표고버섯을 빼지 않았다면 어떠했을 지 궁금하다. 표고버섯 들어간 너구리 맛이려나? 우동면의 식감은 나쁘지 않았다.

주방장분과 카운터에 있던 여자분이 일본어로 대화하는 것이 들리기도 했고, 계산할 때 여자분이 일본 억양이 섞인 한국어로 3만3천원을 발음하는 것을 보면, 한국남자-일본여자 부부인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