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페르노

『다빈치 코드』를 시작으로, 한때는 정말 댄 브라운 소설을 읽으며 손에 땀을 쥐는 경험에 열광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퍼즐 놀이에 머리를 쓰는 것이 호기심 보다는 짜증으로 느껴지게 되었고, 『로스트 심벌』을 끝으로 댄 브라운 소설을 읽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인페르노가 영화로 만들어 지고 한국 개봉날짜가 잡혔다는 것을 안 후에도 소설로 원작을 읽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영화도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극장을 찾았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댄 브라운의 작품을 소설로 읽는 것이 상당히 골치아픈 일이라고 느껴진다면 영화화된 그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 수도 있다. 골치아픈 부분을 적절히 생략한 후, 퍼즐 조각 맞추기의 난이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흩으러 놓는다. 반대로, 소설을 즐겁게 읽었다면 같은 이야기를 영화로 보면서 단조롭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실제로 난 『천사와 악마』를 읽은 후에 이것을 영화로 만든 영화를 보면서 분노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반대로 골치아픈 이야기 적절히 생략해 놓은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인구가 너무 많으니 인위적으로 만든 치명적인 전염병을 퍼뜨려 인구수를 조절하자는 미치광이 천재가 등장하여 엄청난 재앙을 만드려 하다가 죽었다. 하지만, 그가 하려던 일을 그의 여자친구를 비롯한 추종자들이 마무리 하려 하고, 이를 로버트 랭던 교수와 WHO가 막기 위해 싸운다는 이야기다.

뭔가 복잡한 영화일 것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수수께끼는 랭던 교수가 알아서 풀도록 놔두고, 관객의 입장에서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니스, 터키 이스탄불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에 하나이다. 난 이탈리아나 터키를 가보지 않아서 말그대로 간접적인 여행을 한 기분이다. 이미 가본 사람이라면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추억에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톰 행크스Tom Hanks는 이제 많이 늙어 보인다. 이미 관객들은 로버트 랭던 교수는 톰 행크스라는 인식이 박혀 버렸는데, 앞으로도 댄 브라운 소설이 영화화 된다면 과연 언제까지 톰 행크스가 활약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