쉑버거, 쉑스모크, 그리고 바닐라 쉐이크 @쉑쉑버거 강남점

쉑쉑버거가 강남에 들어선 지도 몇 달이 지났고, 이제는 먹어볼 사람들은 거의 다 먹어본 타이밍, 이제서야 난 쉑쉑버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어처구니 없이 기나긴 웨이팅을 보면서 인기가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여전히 금요일 저녁에는 주문 전 30분, 주문 후 15분 정도는 인내해야 한다.

햄버거 따위로 왜 이렇게 난리인가라고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난 미국도 못가본 촌놈인지라 미국 전통 햄버거의 맛이 꽤나 궁금하기도 했고, 함박스테이크/햄버거/너비아니/떡갈비 모두 저렴한 소고기 부위를 다져서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햄버거만 무시하지는 않기 때문에, 쉑쉑버거의 다소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먹어 보겠다는 열망이 식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리 조사를 좀 했는데, 쉑버거와 쉑스모크가 비교적 무난한 편이고, 밀크 쉐이크는 바닐라와 초코 이외에는 너무나 달다라는 평이 많아서 바닐라를 선택했으며, 감자스틱은 그냥 감자스틱과 치즈감자스틱 하나씩을 주문했다. 쉑버거와 쉑스모크는 플라스틱 커팅칼로 반씩 잘라서 같이 온 Davina와 반반씩 나눠 먹기로 했다.

주문을 마친 후에는 적절한 자리를 알아서 찾아야 했는데, Davina가 센스를 발휘하여 창가 옆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다만, 창가 자리에 앉으니 웨이팅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가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는 상황에 직면해 버려, 과연 창가 자리가 좋은 것인 지는 잘 모르겠다. 나중에 9시쯤 되서야 줄서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창밖의 도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햄버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면, 쉑버거와 쉑스모크 모두 일반적인 햄버거보다 훨씬 맛있다. 그나마 국내에서 가장 퀄리티가 있다고 알려진 버거킹의 와퍼랑 비교를 해봐도 차이가 있다. 이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쇠고기 패티에 있는데, 쉑버거의 쇠고기 패티는 정말 고기를 먹는 느낌이 난다. 육즙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또한, 쉑버거 특유의 소스가 과하지 않게 신선한 쇠고기 패티 본연의 맛을 덮어버리지 않고 적당히 부각시킨다.

쉑스모크는 쉑버거에 훈제된 베이컨을 추가하고 여러 야채들을 빼버린 것으로 좀 더 고기고기한 맛이 나고 불맛을 느낄 수 있었는데, 난 이 쉑스모크가 더 맛있다고 생각한 반면 Davina는 쉑버거에 손을 들어 주었다. 사실, 나 또한 쉑스모크에도 야채가 좀 섞여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리고, 두 햄버거 모두 빵의 퀄리티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감자튀김은 다른 패스트푸드에서 먹는 감자칩보다 좀 더 깔끔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맛에 있어서 크게 차이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다른 패스트푸드의 감자칩도 튀긴 지 너무 오래되서 눅눅한 걸 받아오지만 않으면 맛있지 않던가!

오히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닐라 쉐이크였다. 이제까지 내가 알던 밀크 쉐이크와는 정말 천지차이였다. 왜 난 미국 드라마에서 감자튀김을 밀크쉐이크에 찍어 먹으면서 그렇게 감탄을 하는 지 이해를 하지 못했었는데, 그것은 내가 이때까지 얼음덩어리만 많이 들어간 허접한 밀크쉐이크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꾸덕꾸덕함이 마치 아이스크림에 살짝 살얼음이 언 듯했다. 빨대로 빨아 먹기 힘들어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정말 감자칩을 찍어 먹으니 맛있다. 감자칩이 밀크쉐이크에 젖는 것이 아니라 정말 캐찹이 묻듯 쉐이크 덩어리가 감자칩에 한웅큼 묻어 나온다. 반면 Davina는 이 쉐이크를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먹기 힘들다고... ㅎㅎㅎ

쉑버거와 바닐라 쉐이크의 탁월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난 먹으면서 화가 나는 기이한 감정 변화를 느낄 수 있었는데, 쉑쉑버거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어떤 음식으로도 채워질 수 없을 만큼 높아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더니 마음속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줄어 서야 하나 두고보자라는 반발심이 누적되어왔고, 게다가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먹는 햄버거라니 일반 햄버거보다 100만배는 더 맛있어야 했다. Davina도 비슷한 심정이었던 지, 맛있지만 비싸다는 한마디로 다시 줄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쉑쉑버거에서 주문을 하면서 주의해야할 사항이 하나 있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다라는 사실이다. 벨이 울린 후에 쟁반에 받아온 햄버거 두 개의 크기가 너무나 앙증맞아 보일 정도라 꽤 실망을 했는데, 감자칩과 밀크쉐이크까지 먹다보니 엄청 배가 불렀다. 아마도 그 원인은 그 꾸덕꾸덕한 밀크 쉐이크가 아닐까 한다. 특히나, 난 최근에 다이어트를 한다고 소식을 하다보니 위가 줄은 상태라 다 먹은 후에는 디저트로 늘 마시는 커피를 마시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커피를 안마셨다는 것은 아니다.) 평소 양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밀크 쉐이크는 2명이 나눠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