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라샤펠전 @아라모던아트뮤지엄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의 사진전이 5년만에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아라모던아트뮤지엄을 방문하였다. 난 5년전이나 이번 전시회를 관람하기 전이나 데이비드 라샤펠이라는 사진작가를 알지 못했기에 특별한 기대감 없이 관람을 했고, 기대감이 없기 때문인지 그의 사진들에 나타난 강렬한 색감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받았다.

전시된 데이비드 라샤펠의 사진들의 특징이라면 강한 대조를 이루는 컬러들을 아낌없이 사용해서 대체적으로 작품들이 상당히 화려하다는 느낌이다. 뭉크가 천국도 우울하게 그린다면 라샤펠은 지옥도 화려하게 찍을 것같다. 또한, 다루는 주제 중 일부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는데, 특히 LGBT를 다룬 사진들은 평소에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주제라 그런지 좀 충격적이었다. 다른 누드작품들을 그대로 둔채 따로 성인만 입장 가능한 전시실을 마련해 두었는 지 이해가 갔다.

역시나 가장 눈에 띠던 사진은 보티챌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을 모티브로 찍은 커다란 사진이었다.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데이비드 라샤펠은 컴퓨터그래픽스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래서,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 중 하와이 해변에서 엄청나게 긴 시간동안 촬영을 해서 모델들의 피부가 그을릴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로 사진에 보면 모델들의 피부가 심각하게 그을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모티브로 한 Deluge라는 작품 또한 인상적이었다. 역시 도슨트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에는 완벽한 몸매를 가진 모델들만 섭외를 했다가 의도한 바와 맞지 않아 다양한 모델을 다시 섭외하여 좀 더 현실적인 군상들의 모습을 담아 내었다고 하는데, 작품을 보면서도 감동적이었지만, 메이킹필름을 보면서도 작가와 모델들의 노고에 존경심이 생길 정도였다.

이번 전시회에는 도슨트 스케줄을 맞출 수 있었던 관계로 오디오가이드를 빌리지 않았는데, 입구에서 설명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으니 도슨트를 맡은 직원이 곧 도슨트의 설명이 시작된다고 알려줘서 처음에는 참 친절하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실제로 도슨트 설명을 듣는 관람객은 나를 포함해서 소수였고, 함게 우르르 따라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은 직원이거나 도슨트의 지인들이었다. 아무도 없으면 시작하기 뻘줌해서였던 것이었다. ㅎ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