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프랑스 @카페 어니언

요즘 성수동이 서울에서 가장 뜨는 동네, 가장 힙한 동네로 명성이 자자하다. 아마도, 이런 흐름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 바로 카페 어니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로서는 첫방문이었지만, 이미 인터넷에서 자주 접한 관계로 어떤 느낌인지는 짐작이 갔다. 그런데, 방문해 보니 그 이상으로 과격한 느낌이다. 극단적인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왜 이런 스타일이 힙하고 칭찬이 자자한 것인지... 아마도 인위적이지 않다라던가, 지역적인 느낌을 잘 살린다는 것이 트렌드가 된 이유가 아닐가 싶은데,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아마도 이런 극단적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유행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할 것같다.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닌 주제에 말이 많네. ㅋㅋㅋ

카페라는 이름이 붙지만, 빵집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만큼 다양한 빵이 구비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일미락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다소 늦은 시각에 방문을 해서 그런지, 빵 종류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가장 먹음직스럽게 우리를 유혹한 녀석은 팡도르였는데, 워낙 살이 많이 찔 것같이 생겨서 애써 외면하고 고른 것이 치즈프랑스라는 빵이었다.

커피와 함께 주문할 때 빵을 잘라주느냐고 물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더니 몇 조각으로 잘 슬라이스 해준다. 빵안에 치즈가 촘촘히 다량으로 박혀 있는데, 치즈가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치즈의 풍미가 너무 강하지도 너무 약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난 치즈 초보라서 강한 풍미를 내뿜는 치즈는 아직 잘 먹지 못한다.

인테리어 뿐만 아니라, 카페가 참 독특하다. 테이블이 있는 공간도 있지만, 전면에는 테이블도 없이 그냥 일자로 스테인레스 상판을 올려 놓은 좌석들이 마련되어 있는데, 심이누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손님들이 여기 널부러져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우리 또한 테이블이 있는 좌석확보에 실패한 이후, 그냥 이 스뎅바닥에 널부러져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차가웠으나 우리 몸의 온기를 스뎅에게 나누어 주었다. 난방을 제대로 안하는 듯하다. 인테리어 만큼이나 손님들을 거칠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평소와 같이 누나의 학교이야기를 흥미있게 듣기도 하고,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평소와는 다르게 정치이야기도 하기도 하였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심이누나 어머님이 계란을 대량으로 구비해 놓았다는 이야기였다. 계란값이 치솟고 있는 상황을 비추어 보면 대단한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