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라 렘피카전 @한가람미술관

타마라 렘피카Tamara de Lempicaka는 잘 모르는 거장이었는데, 이번 타마라 렘피카전을 통해서 새로운 사조를 알게 된 것같아 뿌듯하다. "아르데코의 여왕"이라는 문구가 강렬해서 끌렸는데, 생각해보니 난 아르 데코Art Deco가 정확히 어떤 스타일인지 잘 모른다. 아르 누보가 지나치게 실용성과 멀어지는 면을 비판하며 등장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같은데...

오디오 가이드에서는 물론 아르 데코에 대한 설명도 나오지만, 타마라 렘피카의 스타일을 "부드러운 큐비즘"이라고 묘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르 데코 보다는 훨씬 잘 와닿는 표현이었다. 마치 페르난도 보테로 작품에서 양감을 살짝 줄이고 큐비즘 필터를 약하게 넣으면 바로 타마라 렘피카의 스타일이 구현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같이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모델의 묘사가 양감을 강조하고 있고, 피카소만큼은 아니지만 사물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는 선에서 단순화를 시켜다 보니, 위에서 언급했듯이 "부드러운 큐비즘"이라는 설명이 붙는 듯하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이 언니가 왕년에 한미모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화상이 상당히 많은데, 자화상 속에서도 그 미모의 흔적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이렇게 예쁘면 매일 자화상만 그리면서 살아도 될 것같다. 또한, 페미니스트로서 활동을 했다는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는데, 페미니즘을 담은 작품들이 그다지 극단적이지는 않다. 작품을 그릴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인 장면이었다 할지라도 세월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는 페미니즘이라는 설명이 없다면 그 뜻을 읽어 내지 못할 정도였다. 물론, 작품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타마라 렘피카는 폴란드 출신이라고 한다. 예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폴란드 관련 전시회가 열릴 때 코페르니쿠스가 폴란드 출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란드에 대한 신비로움내지 선망같은 것이 살짝 생긴 상태인데, 이번 타마라 렘피카전을 보면서 그런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 층 배가되는 느낌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