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소니언 사진전 @DDP

충동적으로 연말을 전시회와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스케줄이 빠듯해지고 있다. 이번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는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을 방문했다. 사진전보다는 미술전시회를 더 선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진전을 기피하는 것은 아니니 당연히 반갑다.

전시회 레이아웃이 좀 독특한데, 기하학적으로 설계된 DDP의 경사진 복도에 전시를 해놓아서 오르막을 오르며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처음에는 괜찮은데 나중에는 힘이 들어서 아직도 남은 사진이 이렇게 많나 하는 원망이 나올 지경이었다. 예술에 가까운 사진을 얻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라는 뜻인 걸까? ㅋㅋㅋ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사용된 사진, 즉 (정확한 사진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언덕자락에서 보는 일식의 장면이 가장 인상깊었다. 그냥 일식을 보기도 힘든데, 이렇게 해가 질 무렵(?)의 일식이라니... 게다가, 가려진 부분에 서 있는 인간의 실루엣까지... 정말 잘 찍은 사진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이외에 수액을 빨아 먹고 있는 다람쥐 사진, 그리고, 가마우지로 전통적인 물고기 낚시를 하는 사진이 기억에 남았는데, 특히, 가마우지 사진에 대한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이 아주 애절하다. 대략 요약하자면, 이제 나이가 들어서 사냥도 못하고 먹이도 잘 못 먹는 가마우지를 죽기 좋은(?) 장소로 데리고 가서 마지막으로 먹이도 먹여 주고 주인과 마지막을 함께 했다는 이야기다.

마치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를 사진 버전으로 감상한 느낌이 든다. 사진 프레임 밖의 사정이 어떠하든, 프레임 안의 광경은 참 절묘하다. 사람의 심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살아가게 마련이라고 하던데, 사진이라는 것이 딱 그러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