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비종사자 치고는 영화를 꽤 많이 보는 편에 속하지만, 애니메이션을 한달에 두 번 보는 것은 꽤 드문데, 이번 달은 벌써 두 편째 애니메이션을 보는 셈이다. 이번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대체적으로 저연령대 관객들을 염두해 두고 제작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스토리가 단순한 편이라 성인관객들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은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따라서, 난 기대치를 좀 낮춘 상태에서 극장에 들어 갔다. 그럼에도 좀 실망을 하였는데, 아무래도 기대치가 마음과는 다르게 충분히 낮춰지지 않았던 것같다.

메시지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환경오염으로부터 지구를 지키자는 것이다. 아마도 기후변화로 인하여 해수면이 낮은 섬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각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메시지가 너무 노골적이다 보니 뭔가 프로파간다로 느껴졌고, 그래서 보는 내내 좀 불쾌했다. 마치 엘 고어 등의 이끄는 기후변화 포럼 같은 곳에서 스폰했을 것같은 느낌이었다. 딱히 기분 나쁠 일도 아닌데, 난 친환경 에너지 업체에서 로비를 하여 기후 변화를 과장해서 주장하는 세력들을 다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최근 디즈니 작품들은 남자에게 의존적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가꾸어 가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으로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겨울왕국이 대표적일텐데, 이번 모아나도 주인공인 모아나를 매우 진취적인 여성으로 묘사하고 있다. 폴리네시아인 마을로 추정되는 원시부족의 추장딸인 모아나는 늘 항해를 하고 싶지만 아버지가 위험하다고 말리는 통해 불만이 쌓여 있다. 그러던 와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코코넛이 썩어 가고 물고기가 잡히지 않으며 섬이 죽어간다. 이 상황을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항해를 통하여 타계를 하는 것이 바로 모아나이다. 다만, 반신반인이자 남자 캐릭터인 마우이의 도움에 의존한다는 한계 또한 보여주기에 페미니스트들이 무작정 좋아할 작품은 아닌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