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언제적 레지던트 이블이었던가! 끝날 듯, 끝날 듯, 끝나지 않았던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도 마침내 막을 내리려나. 약간의 여운을 남겨 놓긴 하였지만, 예전과 비교하여 정말 끝이라는 비장함이 느껴지기에 정말 마지막이라고 믿어 주고 싶다. 이래놓고 또 다음편을 만들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믿어 주련다. 이번이 끝일 듯하다.

일반적으로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 참패를 하게 마련인데, 그나마 체면치레를 넘어서서 그럭저럭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고 장수하던 것이 바이오 하자드를 원작으로 2002년에 영화로 태어난 레지던트 이블이다. 벌써 15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고, 주연인 앨리스로 활약해온 밀라 요보비치Milla Jovovich도 꽃다운 나이를 다 보내고 어느덧 중년이 되어 버렸다.

레지던트 이블을 즐겨보던 관객들의 심정은 다소 애매모호하다. 처음에는 참으로 오싹한 액션을 선보이며 뭔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듯한 느낌이더니, 한 네 번째 편 이후로는 이제 고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 점점 커져만 갔다. 워낙에 비슷한 내용을 조금씩 각색만 하여 계속 시리즈로 만들다 보니 팬심으로 봐주긴 하는데 지겨운 것이다. 심지어 지난 2012년에 개봉한 다섯번째 편은 부제가 최후의 심판이었는데도 마지막편이 아니었다. 원제는 Resident Evil: Retribution 이었는데, 마지막이라면서 관객을 낚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섯번째 편의 부제는 Final Chapter이다.

15년 가까이 계속되온 시리즈이다 보니, 이제는 처음부터 팬심으로 봐주던 관객들도 많이들 떨어져 나갔고, 새로운 관객들이 접근하기엔 좀비물의 유행이 지나기도 했거니와 지난 스토리를 모르면 왠지 이해를 못할 것같다. 처음부터 보던 팬들도 이제 기존 시리즈의 스토리가 가물가물할 정도인데... 이런 상황을 감안했는지, 시작부터 기존 시리즈에 대한 복습을 해주고 시작한다. 계속 봐왔던 나같은 팬들도 매우 유익한 요약이었다.

상황은 처참하다. 이제는 생존자들보다 좀비들이 훨씬 더 많은 상황이다. 거의 인류 멸종이 가까워온 상황에서 엄브렐라사의 AI가 인류의 멸종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앨리스를 도와주기 시작했고, 반신반의하던 앨리스는 이 AI를 믿고 이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라쿤 시티로 향한다. 그리고, 엄브랠라사의 음모가 밝혀지게 된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아인 글렌Iain Glen이 악당으로 등장하여 밀라 요보비치와 함께 절도 있는 액션을 보여준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에도 애착이 있어서인지 왕좌의 게임에 등장했던 배우들을 다른 영화에서 보면 참 반갑다.

후속작 나올 때마다 또 나오냐고 궁시렁 거렸는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하니 어째 좀 아쉽다. 참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