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가지 그림자: 심연

2년전 이맘때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라는 소설을 원작으로한 같은 이름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미국에서는 워낙에 유명한 소설이기에 꽤 인기를 끌었던 것 같은데, 영화의 흥행 여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 후속편이 등장했으니 말아 먹은 정도는 아니라고 추측할 뿐이다. 물론, 국내 흥행은 미지근 했다.

영화 평은 꽤 좋지 않은 편이었는데, 이번에 개봉한 두번째 편인 50가지 그림자: 심연Fifty Shades Darker 또한 1편의 평가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둘 다 처참한 수준의 혹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혹평에도 불구하고 난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을 감상하러 개봉하는 날 아침부터 극장을 찾았다.

1편에서는 초반 20분동안 달갑지 않은 로맨스로 손발이 오글오글 거렸는데, 이번에는 재회하는 과정이라 그런지 어줍잖게 달달한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본격적으로 질펀하다. 여기다, 뭔가 스릴러 같은 요소가 가미가 되어 살짝 더 극적이다. 중간에 총소리 날 때 몸을 움찔 하면서 깜짝 놀랐다. 전혀 총질할 것 같지 않은 영화에서 총소리를 들으니 당황스럽다.

다코타 존슨은 여전히 예쁘다. 물론 2년전이 훨씬 더 마음에 들지만 여전히 관리를 잘 한 것같다. 이제는 그레이씨의 취향에 조금씩 적응을 하는 것인지 오히려 즐기는 듯하며 그의 다양한 도구들에 두려움 보다는 호기심을 보인다. 다만, 이미 첫편에서 적응을 해서 그런지 더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그저 시청각자료들이 다양해졌다는 느낌이다.

크리스찬 그레이로 나오는 제이미 도넌Jamie Dornan은 2년전보다 더 근육질이 된 것같다. 정말 완벽한 남자가 아닐 수 없다. 24,000불 정도는 15분정도면 벌 수 있는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 두뇌도 명석하고 근육질이다. 게다가 젊다. 취향이 살짝 변태인 걸 빼면 정말 흠이 없다. 정말 여자들이 혹할만 하다. 반면에 남자 관객의 입장에선 이런 완벽한 남자 앞에서 누죽이 든다. 이 정도의 완벽함은 가지고 있어야 감당할 수 없는 독특한 취향도 여자들이 케어해준다고 생각하니, 취향이 독특하지 않은 것이 그렇게 다행스러울 수가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