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라프 엘리아슨전 @삼성리움미술관

울라프엘리아슨전을 관람했다. 작년 9월말경에 시작한 전시회인데 게으름을 피우다 이제서야 리움미술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삼성리움미술관 방문도 3년만이라 전시실 내부에서 좀 어리버리했다. 오디오가이드 대여하는 곳도 못찾고, 전시실도 안내 받고서야 제대로 찾아가고...

입장권을 사면 간략한 안내책자를 건내 주는데, 이 안내책자의 설명에 따르면 울라프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작가이며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예술가 중 한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비전문가인 난 그저 울라프라는 이름때문에 눈사람만 생각날 뿐이고...

전시실에 들어 가면서 느꼈던 첫인상은 이것이 미술 전시인지 과학 전시인지 혼동될 만큼 신기방기한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특히나 나선형으로 돌아가고 있는 강한 나선Power Spiral과 부드러운 나선Care Spiral이라는 작품이 특히나 그러했다. 게다가, 작품인지 모르고 지나쳤다가 뒤늦게 돌아 가서 감상했던 작품들도 몇 점 있는데, 이끼 벽Moss Wall도 그 중에 하나였다. 오디오 가이드가 아니었으면 작품인지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The Shape of Disappearing Time, Your Unpredictable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이라는 작품과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이라는 작품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세 가지를 꼽는다면 우선, "사라지는 시간의 형상The Shape of Disappearing Time"을 꼽고 싶다. 얼핏보면 마치 거대한 다이아몬드를 천장에 매달아 놓는 듯한 형상이었는데, 실제로는 다이아몬드 모양은 아니고 곡선의 프레임에 삼각형의 거울조각 같은 것을 달아 놓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옆에 "당신의 예측 불가능한 여정Your Unpredictable Path"이라는 작품도 꽤나 인상깊었다. 난 이 작가의 반짝거리는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검은 벽에다가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구슬같은 것들을 박아 놓아서 마치 우주를 형상화해 놓은 듯했다. 이 구슬같은 물체들이 독특한 거울역할을 하여 관람자들을 거꾸로 비추게 설계해 놓았다.

Rainbow Assembly
무지개 집합이라는 작품, 물줄기 안쪽으로 들어가서도 감상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층에 별도로 만들어 놓은 "무지개 집합 Rainbow Assembly"이라는 작품은 둥근 원 둘레에 물을 뿜어 안개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 가서 보면 무지개가 보이게 만들어 놓았는데, 안에 들어 가서 보라고 우산도 준비해 놓았다. 실제로 밖에서는 물줄기가 만들어 내는 새하얀 안개가 참으로 운치있어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무지개들이 오묘한 자극을 준다. 옷 젖을까봐 안들어 가고 밖에서 안개만 보았다면 이 작품의 절반만 감상한 셈이다.

여러 모로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현대미술의 난해함에 부딪혔던 적이 여러 번 있기에 큰 기대 안하고 그냥 견문을 넓힌다라는 마음으로 방문한 전시회였는데, 의외의 시각적 즐거움까지 얻고 전시실을 빠져 나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