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16

미녀와 야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클래식 중 하나인 미녀와 야수가 영화로 나온다고 했을 때,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기대감을 키웠다. 생각해보면 내가 미녀와 야수를 제대로 봤는지도 가물가물... 뭐지? 예전 기억이 떠오르는데 기억이 안나는 이 상태는? 뭐 어쨌든 얼마 남지 않은 동심을 자극하는 이름이니까! 게다가, 벨Belle 역할로 엠마 왓슨Emma Watson이 캐스팅 되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그 기대치가 더욱 높아 졌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왠지 헤르미온느가 연상되어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벨이라는 캐릭터를 잘 소화한 것같다. 게다가 이미 엠마 왓슨에게 헤르미온느 시절의 모습은 얼마 남아 있지 않다. 점점 잘생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겨내고 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굳이 요약하자면, 한때 파리지엔이어서인지 다른 시골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며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한 벨이라는 여자애가 아버지랑 살고 있는데, 자꾸만 얼굴만 번지르하고 꼴통인 군인아저씨인 가스통이라는 남자가 들이대서 짜증이 난 상태이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이 발생한다. 외근을 나갈 때마다 선물 뭐사올 지 요구하는 아버지에게, 아버지 주머니 가벼운 걸 아는 효녀인 벨은 장미꽃 한송이를 사달라고 하는데, 그날따라 숲에서 길을 잘못들어 남에 성에 들어 가서 딸주려고 장미꽃을 따려다가 성주에게 구금당한다. 꽃한송이 때문에 구금되는 것은 너무한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그 시절의 성주는 그의 영토에선 정말 짱짱맨이었고, 특히나 이 성주가 하필 장미꽃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 후 아버지를 찾아 나선 벨은 아버지 대신 갇히겠다고 비스트인 성주와 딜을 하게 되고, 그 이후엔 누구나 알고 있듯 어찌어찌 하다 콩냥콩냥...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라 그런지 그 익숙함이 주는 지루함이 좀 참기 힘든 편이다. 게다가 초반 전개가 어찌나 느슨하던지... 내가 동심이 남아 있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거니 했는데, 상영관을 나오면서 얼핏 들었는데, 어린이 관객들도 아는 이야기라 지루하단다. 그나마, 뮤지컬 영화를 좋아해서 익숙한 노래들이 많이 나오는 점은 마음에 든다.

여러 모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작품을 곱씹으려는 기대를 실망으로 안겨준 영화이긴 하지만, 이번 미녀와 야수를 통해서 디즈니의 변화된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마차를 끌고 다닐 시절의 프랑스인데, 성의 파티에 흑인들이 등장한다. 더 이상 디즈니의 동화가 백인 어린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설정이다. 게다가, 벨이라는 캐릭터는 꽤나 적극적이다. 비스트를 오히려 구해주기까지 한다. 디즈니는 이전 작품들에서도 이미 왕자님의 보호만 기다리는 여성 캐릭터들의 이미지를 걷어내려고 노력한 바 있다. 이렇게 급진적으로 PC해진 디즈니는 개인적으로 좀 당황스럽다. 시계가 말을 하는 것보다 흑인이 파티에서 사교춤을 추는 모습이 더 어색하게 느껴진다. 내가 충분히 PC하지 못한 탓이다. 더 노력해야겠다.

급격히 PC해진 디즈니지만, 교조적인 스타일은 여전하고 교훈의 내용 또한 상당히 클래식하다. 아이들에게는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라는 교훈을, 그리고 어른들에게는 남자를 고를 때 허우대만 멀쩡한 사람 보다는 부동산 소유여부에 가중치를 두라는 교훈을 준다. 설사 입지가 안좋고 건물이 낡았다 할지라도 제대로 재개발 하고 마케팅만 잘하면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나저나 야수가 너무나 잘생겼다. 저주 풀리기 전이 더 나는 것같다. 찍을 때 인형탈 뒤집어 쓰고 했으려나, 아니면 CG이려나?

by 이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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