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2016년에 저자인 한강씨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거머쥐면서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그 당시에 구입을 해 놓았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당시에나 지금에나 일반적인 한국인들보다 책을 많이 본다고 자부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늦어 버린 것인지...

결론적으로 이 책은 꽤나 파격적이다. 한국 사회가 상당히 터부시 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특히나, 이 책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여러 모로 자기 욕망/감정도 제대로 절제하지 못하는 망나니들로 묘사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이 감당해야 했던 여러 가지 짐들을 상징적이고 극적으로 묘사해 놓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문학적으로 이런 걸 해석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안되서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초현실주의적인 느낌도 들었다. 갑자기 꿈을 꾸면서 육식이 혐오스럽게 느껴지고 심지어 남편의 살결에서도 고기냄새가 나는 것 같다라는 감정이 들면서 채식주의자가 되고, 더 나아가 음식 자체를 거르면서, 자신은 식물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냥 광합성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독자로서 과연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 그냥 미친 것인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초현실주의적인 것인지...

여러모로 문학적 식견이 없는 나에게는 난해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왜 이 책이 그리 유명한 상을 탈 정도로 훌륭한 작품인 지 또한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또 난해하면서도 자극적인 묘사들 때문인지 책장은 꽤나 잘 넘어간다. 분량이 그리 많지도 않고... 가볍게 읽기도 나쁘지 않고, 곱씹으며 읽기도 나쁘지 않은 작품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