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그레이 쉬폰 케익 @자그마치

성수에 뜨고 있는 여러 카페 중에서 심이누나가 자그마치를 추천하여, 식사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자그마치로 향했다. 카페문을 열고 들어가자, 카페 이름이 반어적으로 지어졌음을 금새 알 수 있었다. 넓다랗다. 그리고, 그 넓다란 공간을 꽤나 관대하게 손님들에게 제공해준다. 테이블 간격이 좁지 않다는 뜻이다.

뭔가 인테리어는 언밸런스하다. 쌍팔련도 학교에서나 볼 듯한 책상과 의자를 배치해 두었는데, 또 명확히 레트로 스타일이라고 단정짓기도 힘든 것이, 여러 가지 식물들을 천장에 배치해 두었는데, 그렇다고 보테니컬한 느낌도 아니다. 식물들이 좀 괴기스러워서 마녀의 집에 온 듯한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형용하기 힘든 분위기다.

메뉴를 고를 시간, 음료는 이미 심이누나가 아포가또를 선택했는데, 갑자기 케익도 먹자고 하면서 여러 케익 메뉴들을 언급한다. 그러다가 언급한 메뉴 중에서 얼그레이 쉬폰 케익이 단 한조각 남은 것을 보고, 왠지 이거다 싶어서 골랐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얼그레이티의 진가를 깨달아 열광적으로 즐기고 있는 터인데, 이 케익에서는 그 베르가못향이 은은히 베어 나오면서도 달달함을 유지하고 있다. 아쉽다면, 베르가못향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한 조각 남을 때까지 너무 오래 방치되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산미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함께 하니 참 적절한 콤비네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산미 강한 커피에 고전하곤 하는데, 달달한 쉬폰케익과 함께 마시니 또 다른 느낌이다. 반면에, 심이누나는 얼그레이 향을 처음 경험한다며, 얼그레이 향이 이렇구나라며 시크하게 몇 스푼 떠 먹고 말았다.

대체적으로 음료값이 좀 비싼 편이긴 하지만, 공간이 넓으니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얼그레이 쉬폰 케익이 마음에 들어서... ㅋㅋㅋ

고작 일주일 다녔으면서 마치 7년은 다닌 듯 회사 이야기를 쏟아 내었는데, 심이누나는 잠자코 들어주다가 몇마디 조언을 남겨 주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