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 하이에크』 니컬러스 웝숏

오래전에 E북으로 구입하여 묵혀 두었던 니컬러스 웝숏Nicholas Wapshott의 저서 『케인스 하이에크』를 읽게 되었다. 대부분 케인즈라고 쓰는데 책 제목에 케인스라고 씌여 있어서 조금 어색하다. 이 리뷰에서는 국내에서 널리 표기되는 것과 같이 케인즈라고 쓸 예정이다.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케인즈는 잘 알고 있겠지만, 하이에크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들어 보지 못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부끄럽게도 내가 그러하다. 경제학에 나름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이제서야 하이에크가 미제스와 함께 보수주의 경제학의 주류였던 오스트리아 학파의 대표 학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난 작은 정부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보수주의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하이에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었다. 많이 부끄럽다.

케인즈가 훨씬 더 유명한 경제학자인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학이라는 것이 학문으로서의 기틀이 다져지지도 않았던 초기에는 거시 경제학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즉, 수요와 공급만을 다루는 미시경제학이 먼저 생겨난 후에 케인즈가 등장하여 사실상 거시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창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케인즈는 영국 출신이므로 당시에 세계 경제의 주류였던 영국/미국에 자신의 입장을 쉽게 설파할 수 있었다.

반면에 하이에크는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로서, 미제스와 함게 오스트리아 학파의 주요 경제학자이다. 전쟁과 그 후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하여 그의 인생에는 상당한 굴곡이 있었다. 그와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론이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경제학에 가까운 것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실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이 상당하기도 하지만, 워낙에 기억하고 싶은 대목이 많아서 필요할 때마다 하이라이트를 했더니 무려 36개나 표시가 되었다. 그만큼 내가 이 책을 인상적으로 받아 들였다는 뜻이다. 특별히 경제학사를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내 입장에서는 거시경제학을 만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케인즈 뿐만 아니라, 그 반대편에 서서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하이에크나 밀턴 프리드만 등의 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흥미로웠다.

또한, 정부의 시장 개입 최소화에는 동의하지만,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이 꽤나 차이가 크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시카고학파를 대표하는 프리드먼은 정부가 통화량을 규제하는 정책이 옳다고 보는 반면 오스트리아 학파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즉, 정치적으로는 오스트리아학파와 시카고학파가 같은 노선일 지언정, 경제학적으로 그들을 같은 범주에 놓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카고학파는 케인지언들의 주장에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동의를 하는 듯하다.

책의 모든 내용을 소개하긴 어렵고,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더 언급하자면, 케인즈가 경제학자로서는 드물게 주식투자에서 성공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그도 한 번 깡통을 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당시에 대공황을 피할 수 있었던 주식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의문스럽긴 하지만, 빈털털이가 되는 것은 훌륭한 주식투자자가 되기 위해 거처야할 통과의례같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당시에 헐리우드에서 일하면서 누진 세제가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1937년에는 소득세가 79퍼센트나 되었고, 심지어 1943년 소득세율이 94%까지 올랐다고 한다. 당시에 레이건 대통령이 배우로 일해서 500만달러를 벌었는데, 세금으로 거의 다 털렸다고... 지금 생각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살인적인 세율이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이렇게까지 털어 가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의 초기 자본주의는 지금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는 대통령이 된 이후 오스트리아학파와 시카고학파의 의견을 정책에 많이 반영하였다고 한다. 레이건 대통령에 대해서 어렴풋이 그냥 인물만 잘나서 대통령이 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독서도 많이 하고 대중들과의 의사소통에 능했던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

by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