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7권 『무중생유』 정문금

소설 삽십육계를 섭렵해(?) 나가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다 읽으려면 10년도 더 걸릴 것같아 페이스를 올리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그럭저럭 속도가 붙는다. 단시간 내에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삽십육계 읽는 인터벌을 10권 이상에서 7권 정도로 줄였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한 설명일 것이다.

6권까지는 승전계라고 분류되는 전략으로, 전쟁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사용하는 계략을 모아 놓은 것이라면, 이번 7권부터는 아군과 적군의 전력이 비슷할 상황에서 사용하여 승기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적전계로 분류되는 전략이다.

이번에 읽는 제 7권 『무중생유』는 적전계 여섯 가지 계략의 첫번째로써, 무중생유 자체의 뜻만 보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뜻이지만, 삽십육계에서의 무중생유는 거짓과 진실을 교묘히 잘 섞어서 상대를 속이는 전략을 뜻한다.

이야기는 한나라의 한무제와 그의 아들인 태자 유거, 그리고, 궁형을 받고 앙심을 품어 그 사이에서 이들 부자를 이간질하는 소문에 얽힌 이야기를 토대로 한다. 황제가 청렴한 신하의 말은 잘 안믿고 탐관오리의 말만 믿는 뭐 그런 상황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런 이야기는 참으로 답답할 수 밖에 없다. 답답한 것이야 독자들이 모든 정황을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황제의 그런 행동을 관찰자 입장에서 읽고 있으니 그런 것이고, 당사자인 황제는 탐관오리가 하는 말만으로 그 거짓됨과 진실됨을 파악해야 하는 자리이다보니 늘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해한다.

문제는 황제가 태자를 질투한다는 것이다. 신하들이 자신과 태자 사이에서 뭔가 줄타기를 하고 간을 보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이 지는 태양이고 태자는 떠오르는 태양이라는 기분이 들면서 태자를 질투하는 것이다. 자신은 여전히 건강한데, 조정의 힘이 점점 태자에게로 흐르는 것이 불쾌하기만 하다. 반면에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훌륭히 성장해 가고,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은 대견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여기서 답이 있다면, 쿨하게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나서 상왕이 되고 태자에게 황제의 자리를 물려 주는 것이겠지만, 권력이라는 것이 잡기만 힘든 것이 아니라 놓기도 힘든 것인지라, 그것이 마음대로 그렇게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죽기만을 바라는 그런 조정의 분위기가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소문이라는 인물 또한 경멸스럽지만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궁형을 당한 후 사마천은 그 억울함을 사기 출간이라는 업적으로 승화시켰지만, 소문은 어두운 방향으로 복수심을 조금씩 불태우며 자신의 계획을 조금씩 조금씩 밟아 간다. 그 계획이 도덕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 있을 지언정, 장기간 그런 계획을 수립하고 복수할 대상의 약점을 파악하며 마침내 계획을 성사시키는 과정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태자에게 감정이입 되다 보니, 어이없는 결과에 당혹스러움을 피할 수는 없다. 세상은 늘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누구도 어이없이 희생량이 될 수 있는 것이 인생사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