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

정량적인 투자/트레이딩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는 꽤 흥미로운 책이다. 예전에 읽었던 박상우씨의 저서 『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와 비슷한 스타일의 책이라고 보면 된다.

책의 대부분은 백테스트를 해본 결과를 토대로 알려져 있는 사실들의 진위여부를 가리는 데 할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기술적 분석 지표들이나 캔들 유형을 분석해서 백테스트를 해보면 실제로 알고 있던 상식과는 꽤 다른 결과가 도출됨을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적삼병 같은 캔들 패턴이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책에 언급된 내용 중에 흥미로운 사실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먼저 추세추종 전략의 핵심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는 점이다. 즉, "오늘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이 내일의 상승 확률을 더 높이지는 않는다"라고 언급하는 내용은 좀 놀라웠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추세추종 원칙 자체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가 모든 금융상품에 대해서 조사를 한 것은 아니고, 국내 주식과 종합지수에 대한 조사만 했기 때문에 한정적인 상황에서 이를 이해해야 한다. 추세추종 전략의 첫번째 원칙은 추세가 만들어지는 종목과 시기를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어제 올랐으니 오늘 오른다는 것이 추세추종 전략은 아니다.

내가 평소에 선호하는 기술적 지표인 볼린저밴드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저자는 볼린저밴드의 채널이 좁아 졌을 때, 즉, 컨버전스가 이뤄졌을 때 힘이 응축된 상태라는 점을 언급한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한데, 그 응축된 힘이 어느 방향으로 흐를 지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실전에서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돌파전략을 사용하라는 뜻인데, 확률적으로 적중률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면서 감내해야할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큰 전략이라 베팅이 쉽지는 않다.

또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점은 KOSPI 3000 시대가 언제 올 것인가라는 주제인데, 저자는 2017년 말경을 KOSPI 3000 시대를 열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언급하며, 부가적인 설명으로 그것보다 일찍 온다면 버블이 형성된 것이고, 늦는다면, 폭발적인 상승세가 이어지며 2018년 이후에 3000시대를 맞게 된다고 한다. 즉, 3000 시대를 장담할 수 없겠지만, 상장된 기업들의 가치를 종합해서 그 가치를 산정해 보았을 때, 2017년 말에 3000 선에 도달하는 것은 거품이 아니라 적정 수준이라는 뜻이다. 이 책이 나온 것이 2014년 정도인데, 이 말이 맞다면, 현재 2500선인 KOSPI 지수가 다시 한 번 점프업 할 룸이 남아 있다는 뜻이 된다. 또한, 정규분포를 가정하는 것 자체가 볼린저밴드의 약점이라는 점을 언급한다.

기술적 분석 뿐만 아니라 회계수치들을 이용한 기본적 분석에 대한 내용도 자세히 나와 있다. 기본적 분석과 기술적분석 양쪽을 잘 다루는 책은 드문 편인데,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는 그런 점에서도 상당한 장점이 드러난다. 앞으로는 PBR이나 PER 말고도 PCR이라는 지표도 공부를 해볼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