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죄와벌

원작을 상당히 훼손하였다는 원작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캐스팅에 힘입어 극장을 찾았다. 원작과 다르다는 점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국내 제작진의 역량으론 환타지라는 장르를 소화하기 힘들다는 편견도 가지고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뿐히 뛰어 넘을 정도로 신과 함께: 죄와벌은 훌륭한 드라마를 연출해 냈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이 영화는 매우 슬픈 영화다. 난 영화를 보면서 종종 울곤하지만, 환타지 장르의 영화를 보면서 울어 보기는 또 처음이다. 관객을 울리려고 아주 작정을 하고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환타지의 탈을 쓴 드라마다!

소방관으로 일하다 사고로 죽어 저승길에 가게된 자홍은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자홍의 저승길을 저승차사들이 함께 한다. 저승차사들은 자홍이 몇백년만에 만나는 귀인이라며 극진하게 대접한다. 귀인을 잘 인도하면 저승차사들도 보상을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귀인인 줄만 알았던 자홍의 생전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저승차사들이 당황하기 시작한다.

신과 함께를 한국형 환타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북유럽 환타지와는 무관하게 한국인에게 익숙한 저승길이라는 주제를 꽤나 훌륭한 특수효과를 이용하여 잘 표현하였다. 환타지 장르를 누군가에게 추천하는 것은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지만, 신과 함께는 부모님께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모두 거대한 세트장에서만 촬영했다고 하는데 특별한 위화감 없이 잘 표현된 장면들을 보니, 한국영화의 CG 기술도 꽤나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한 캐스팅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차태현이다. 다른 캐스팅이 대체될 수 있다 하더라도, 아마도 자홍역할을 차태현만큼 해낼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차태현은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으나, 그의 순한 이미지의 유효기간은 좀 더 남은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