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모집이 끝났다

마침내 정시모집 기간이 끝났다. 전문대 모집 기간은 좀 남아 있긴 하지만, 회사에서 주력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우리 회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다른 학원도 마찬가지다. 전화벨 울리는 소리가 현저히 줄어서 사무실에 고요함이 찾아 왔다.

사무실이 칸막이로 막혀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서 전화가 오고 그 전화 소리가 여과없이 들려 온다. 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렇다고 직접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받은 사람도 있는데, 개발에 방해 된다고 불평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동안 참 힘들었다.

12월에서 1월 초까지는 정말 회사 다니기가 싫었다.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서비스의 CS를 처리해주는 것은 참 벅차다. 게다가 이 시스템은 디버깅을 하려면 한세월이고, 그 시간을 단축시켜 볼까 해서 이것빼고 저것빼고 해서 만들어 놓은 컴팩트 솔루션은 디버깅이 되질 않는다. 미칠 노릇이다. 간단한 것 하나 고치려고 해도 디버깅을 하려면 10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그냥 디버깅 안하고 찾아 가는 비효율적인 짓을 하여 일을 처리하곤 하였다.

게다가, 주말에 출근을 하기도 여러 번, 출근을 안해도 무슨 일이 터져서 전화가 오는 것도 여러 번, 죽을 맛이었다. 편히 쉴 수가 없다. 집에서 쉬고 있어도 조마조마하다. 이렇게 살면 죽을 것 같았다. 그렇게 견뎌 온 정시모집 기간이 끝난 것이다.

그냥 그만 두는 방법도 아예 고려를 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년 중 딱 한 달 정도만 괴로운 것이라면, 꾸욱 참고 견뎌내는 것 또한 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물러설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주도하여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개발자에게 전화가 올 일도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발동했다. 만약, 내년에 내가 주도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도 대응이 안된다면, 항복을 해야겠지.

나에겐 꽤 많은 권한이 주어졌고, 그 권한을 활용하여 좋은 개발팀 문화를 만들어 볼 예정이다. 장기 근속을 하게 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경험은 나에게 당연히 도움이 되면 됐지, 발목을 잡지는 않을 테니...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