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삼겹살 단품 라지 @싸움의고수 한티역점

싸움의고수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가게가 보여서 좀 알아보니 삼겹살이나 보쌈을 1인분으로 만들어 판매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임을 알게 되었다. 보쌈은 이미 보쌈정식이라는 이름으로 1인분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나, 삼겹살은 아직 적어도 두 사람 이상 모여서 구워먹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난 평소에 돼지고기 구워 먹는 집을 잘 안가는 편인데,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걸 상당히 귀찮아 한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이고, 꼭 사람들을 모아서 가야 하는데, 사람들을 모아서 굳이 삼겹살을 먹을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겹살의 맛 자체는 좋으니, 언젠가는 혼자 가서 가볍게 먹고 나올 수 있는 삼겹살 메뉴가 개발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집을 드디어 찾은 것이다.

들어가보니, 꽤 좁은 장소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좌석이 정말 좁은 장소의 활용을 극대화 하도록 배치되어 있는데, 손님의 좌석은 마치 U자형 컨베이어벨트같은 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운데 빈 공간이 주방과 연결되어 있어 효율적으로 양쪽에 서빙이 가능하다. 게다가 계산대가 U자의 맨 아래에 위치해 있어, 아무 점원이나 서빙을 하다가 나가는 손님의 계산을 받아줄 수 있는 구조이다. 난 이 기막힌 공간 활용 능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주문한 메뉴는 1인삼겹살 단품 이었고, 사이즈는 라지를 선택했다. 메뉴는 (다른 메뉴가 조금씩 추가되고 있긴 하지만) 삼겹살/보쌈을 선택, 세트/기본/단품을 선택하는 것이 기본이다. 즉, 이것으로 여섯가지 옵션이 나오는데, 기본을 기준으로 단품은 공기밥이 빠진 것이고, 세트는 채소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이즈가 미디움/라지/엑스라지로 선택이 가능하다.

얼마 안있어 내가 선택한 메뉴가 위에서 설명한 공간 효율적 방식으로 서빙되었다. 마치 도시락을 연상케 하는 모양의 그릇에 삼겹살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음식들이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 쪽은 삼겹살과 쌈장이, 그리고 다른 쪽은 파채와 볶은 김치가 놓여 있다. 단품이 아니라 기본을 선택한 다른 손님의 그릇을 보니 이것보다는 조금 더 정사각형에 가까운 크기이다.

삼겹살의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오도독뼈가 있는 조각은 하나도 없었으며, 직접 불에서 구워서 먹을 때만큼 뜨끈뜨근 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적당히 잘 구워진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소금 대신 쌈장이 나온다는 것인데, 아마도 따로 부탁하면 소금으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에 방문하면 소금으로 요청해볼 생각이다.

싸움의고수는 시장의 니즈를 반영하여 태어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 밥먹는 시대가 왔고, 혼자 삽겹살을 먹고 싶은 수요가 있으며, 그 수요를 충족하는 것이 마진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테지만, 결국은 수용하였다. 극도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 만큼 손님들에게도 공간의 여유가 부여되지 않는다는 뜻, 품격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삼겹살을 먹기는 힘들겠지만, 간단히 점심 삼겹살을 먹고 싶을 때는 아직 이만한 곳을 찾기 힘들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