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8

남들은 성능 제한 이슈로 애플을 고소하네 마네 하는 상황인데, 난 이 와중에 아이폰8을 구입하였다. 이미 iOS에 지나치게 잘 적응을 해버려서 이제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것 자체에 심리적 장벽이 생긴 것이 새로 스마트폰을 장만할 때 애플 제품만 선택을 하게 되는 이유라면 이유일 것이다. 이제 중증 앱등이 환자가 된 셈이랄까.

아이폰X를 선택하지 않고 아이폰8을 선택한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인데, 첫번째는 15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을 주고 스마트폰을 구입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물론, 아이폰8 또한 합리적인 가격은 아니지만, 아이폰X는 나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90만원을 훌쩍 넘겨 버렸다. 두번째 이유는 AOLED의 수명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는데, 1년 이상 사용하면 높은 확률로 번인이 생겨 버릴 것이라 구입이 꺼려졌다. 특히나, 보통 내가 2~3년 사용하고 부모님에게 물려 드리는 구조라 수명은 중요한 요소이다. 세번째 이유는 디스플레이 상단의 M자형 UI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디자인은 기존에 사용했던 6S와 크게 차이가 없고, 다만, 그토록 혐오했던 뒷면의 굵은 선들이 제거되고 알루미늄 재질에서 유리 재질로 변경되어 살짝 핑크빛 도는 밝은 골드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마치 보석같다. 카툭튀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 그대로 튀어 나와 있다. 아마도 카메라 성능이 올라가면 올라가지 내려갈 가능성은 희박하고, 카메라의 소형화는 쉽게 진전되기 어려운 것이니 튀어나온 카메라 부분은 앞으로도 바뀌기 힘들 듯하다. 뭐 앞면은 더욱이 사용하던 6S와 다른 점을 발견조차 하기가 힘들 정도다.

7에서도 그러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이어폰단자가 사라져 버린 아이폰을 처음 사용하기 때문에 다소 당황스럽지만, 충전하면서 이어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 의외로 크게 불편할 것 같지는 않다. 이전에도 이어폰 꼽고 충전하다가 자꾸 줄이 엉켜서 충전단자 빼고 들었던 기억이 있기도 해서... 오히려 스피커가 스테레오로 달려서인지 스피커로 들을 때 소리가 좀 더 파워풀해졌다. 들고 있으면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디자인이나 대부분의 것들이 그대로라 딱히 적응같은 것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홈버튼의 반응이 상당히 이질적인 점은 살짝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기존의 아이폰6S에서는 버튼을 물리적으로 누른다는 느낌이 전해졌는데, (아이폰7은 사용해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고) 이번 아이폰8은 누른다는 느낌 보다는 홈버튼 위치에 힘을 준다는 생각으로 압력을 가하면 그 압력을 인식하여 진동을 만들어 내 손가락에 전해주는 방식인 듯하다. 그래서, 예전 버릇대로 손톱으로 누르게 되면 반응이 없어서 좀 답답하다.

소프트웨어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iCloud에 백업을 해놨기에 앱을 새로 설치할 일도 없어서 편하다. 이미 경험해본 바라 놀랍지도 않다. 다만, 은행앱과 증권사앱에는 개별적으로 공인인증서를 설치해 줘야 하기 때문에 아마도 가장 번거로운 작업이 될 것이다. 딱히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지 안아도 되는 iOS의 장점은 개별 앱마다 공인인증서를 심기 위하여 윈도우에 여러 개의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만드는 단점으로 상쇄되는 듯하여 씁쓸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