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역설

세상에는 종종 역설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청춘"은 아마도 그런 단어들 중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단어일 것이다. 청춘은 한자어만 놓고 보자면 푸른 봄이고 그 뜻은 10대에서 20대의 젊은 시절을 의미한다. 하지만, 10대나 20대들은 스스로를 청춘이라 일컫지 않는다.

청춘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닌 사람이다. 50대나 60대, 이제는 누가 봐도 청춘이 아닌 사람들이 "아직은"이나 "마음은" 같은 수식어를 붙여 애처롭게 청춘을 부르짖는다. 그리고, 청춘이 아닌 이들이 그 부르짖음에 화답해 준다. 청춘은 그렇게 청춘이 아닌 사람들의 언어인 것이다. 그래서, 청춘이라는 말은 본래의 뜻과는 반대로 늙은 느낌이 나는 말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