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에 보석스티커를 붙여 보았다

작년 여름에 구입한 비프렌드B.Friend사의 아이매직 무선 RF1430K 키보드를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다. 어느덧 가벼운 키감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RF1430K는 마치 살짝 터치만 해도 먹히듯 가벼운 키감을 자랑한다. 다만, 키 레이아웃이 좀 마음에 안드는 측면이 있는데, 왼쪽 Alt키가 너무 작고 왼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반면에 오른쪽 Ctrl 키는 어마어마하게 크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오타가 자주 생긴다. Alt키를 쳤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키가 먹히지 않아서 살펴보면 바로 오른쪽에 있는 한자키를 누르고 있는 상태인 경우가 참 많았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생각한 것이 Alt키 위에다가 조금 볼륨감 있는 스티커를 붙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였다.

여자들은 종종 스티커를 사서 모으곤 하지만, 다자란 남자 성인은 이런 스티커를 사는 경우가 희박하기 때문에 딱히 붙일 스티커가 없었고, 스티커를 사러 일부러 문구점이나 다이소 등에 가기도 번거로워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혹시나 동생에게 이런 스티커가 있는 지 물어 봤더니 구석에서 하나 찾아 준다. 뭔가 다양한 옵션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볼륨감이 있어서 엄지손가락을 쓸어내리다가 Alt키임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은 스티커를 하나 골라서 붙여 보았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Alt키를 쳐야 할 상황이면 스페이스바 좌측부터 한자키를 거쳐 이 Alt키까지 쓸어 내리다가 Alt키에서 뭔가가 만져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티커를 붙인 이후로 Alt에 의한 오타 횟수가 유의미하게 내려간 상태다.

미관상 더 이뻐진 점도 있다. 붙여 놓은 것이 보석스티커류이고, 이왕 붙이는 거, 정중앙에 정성들여 잘 붙여 놓으니 Alt키가 뭔가 특별해 보이고, 이걸 누르면 마법이 시전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버튼에도 붙이고 싶을 정도이다. 물론, 다 붙여 놓으면 Alt키에 스티커를 붙여 놓은 의미가 없어지니 실제로 행동에 옮길 생각은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