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온 스노우』 요 네스뵈

요 네스뵈Jo Nesbo의 작품은 이번 『블러드 온 스노우』가 세 번째이다. 요 네스뵈의 국내 인지도를 고려하면 그리 많이 읽었다고 할 수는 없는 편이다. 이번에도 읽으려고 작정하고 읽은 것은 아니고, 도서관에서 우연히 요 네스뵈가 쓴 것 치고는 매우 얇은 책을 보고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 접했던 그의 작품은 『헤드헌터』인데, 예전 글을 찾아 보니 나쁘지 않은 추리소설 정도의 평을 해놓은 듯했고, 『스노우맨』은 꽤나 인상 깊게 읽어서 여전히 비교적 생생하게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헤드헌터』의 내용도 기억이 난다. 이렇듯 요 네스뵈의 작품은 강렬한 인상을 남겨서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블러드 온 스노우』는 유능한 살인청부업자인 올라브가 주인공이다. 독자들의 감정이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장치인지, 아니면 원래 살인청부업자들의 어린 시절이 다들 불우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극중의 설정상 올라브는 어린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의 밑에서 자랐고 난독증이 있으나 이를 극복하고 그럭저럭 공부를 한 캐릭터이다. 생각해보니 부유한 환경에서 곱게 자란 아이가 살인청부업자가 되지는 않을 테니 뭐 현실적인 설정인 듯하다.

오슬로의 헤로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호프만은 올라브에게 종종 괜찮은 일감을 주는 고객이고, 올라브는 그가 맡겼던 일을 잘 해결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놀라운 일을 맡겼다. 자신의 아내를 죽여 달라고 한다. 내막을 알게된 이상 거절하면 호프만은 올라브를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녀를 죽이기 위해 사전 작업을 하다 그녀에게 반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두 가지 약점은 지나치게 리스크 테이킹을 한다는 것, 그리고 예쁜 여자에게 약하다는 것인데, 이 두 가지가 만나면 늘 큰 일이 터지고 만다.

그 동안 봐왔던 요 네스뵈의 스타일은 꽤나 상세한 묘사가 특징인데, 『블러드 온 스노우』는 과감한 생략과 빠른 전개가 특징이다. 뒤쪽 작품 설명에 보니 비행기 안에서 12시간동안 완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많지 않은 분량이긴 하지만 12시간만에 작품이 나온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물론, 평소에 머릿속에 생각해 왔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12시간만에 정리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테지만...

언젠부터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더글라스 케네디라고 생각해 왔는데, 요 네스뵈도 그에 못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