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여자들이야 강동원이라는 세 글자만으로 충분히 극장을 찾을 이유가 되긴 하지만, 남자인 난 왜 강동원이라는 이름에 끌려 스스로 오징어가 되는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강동원이 나오는 영화가 왠지 내 취향에 부합하는지 대부분 성공했기에 이번에도 강동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성공한 것같다.

자기 실속 챙기기도 모자른 각박한 세상인데, 강동원이 연기한 김건우라는 캐릭터는 마냥 사람이 좋아서 여러모로 손해를 보고 살아 간다. 얼마전에 착한 시민상을 받아서 매스컴에 얼굴이 팔린 이후에는 더욱 심해져서, 오랜만에 친구가 찾아와 보험 좀 들어달라고 하면 들어주고, 선거에 활용 좀 하자고 하면 또 도와주고 이래저래 참 손해보고 산다. 그런데, 어느날 손해정도가 아니라 살해될 위험에 빠지게 되고, 누굴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며 여기저기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다. 정밀하게 설계된 작전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한민국 모든 남자를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는 외모일 것이다. 그런데, 연기를 꽤나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특히, 이번 골든 슬럼버에서는 너무 선해서 답답할 지경인 캐릭터를 연기해야 하는데, 이 얼굴로 이게 된다. 얼마 전에 신과 함께: 죄와벌의 리뷰를 쓰면서 차태현이 연기한 자홍이라는 캐릭터는 차태현 말고는 연기할 배우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어쩌면 강동원이라면 그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든 슬럼버는 이렇듯 강동원이 1인2역까지 소화해가며 혼자 하드캐리하는 영화이다. 강동원이라는 배우가 영화 한편을 혼자서 끌어갈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그의 후광이 너무 빛나서 심지어 한효주마저 한낯 조연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강동원을 계속 보고 있으니 한효주가 이쁜 줄 모르겠다. 강동원은 택배아저씨 옷을 입고 있어도 빛이 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