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이도 아넷사 퍼펙트 UV 선스크린 아쿠아부스터

시세이도의 선크림이 워낙에 유명하기도 하고, 나 또한 거의 10년은 써온 것같다. 지난 일기를 뒤져 보니 2011년부터 사용했던 제품을 계속 사용해 왔는데, 약 2주전에 사용했던 제품을 사려고 보니 잘 보이질 않아서 품절된 것같아 같은 회사의 새로운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의 정식 명칭은 아넷사 퍼펙스 UV 선스크린 아쿠아 부스터이다.

우선, 스펙이 조금 더 향상되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은 SPF46이었는데, SPF50으로, PA+++에서 PA++++로 스펙이 진화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소비자가 체감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고, 그저 스펙이 더 좋아졌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러려니 믿는 것이다. 예전에 SPF와 PA의 의미를 공부했었는데, 잊어 버렸다. SPF 수치에 15분을 곱하면 차단지속시간이 나온다는 공식을 본 기억이 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

2주간 실제로 사용해본 결과 기존 제품과 물성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 차이가 크다고 느껴지는 것은 점성이다. 예전 시세이도의 선스크린이 ml가 아니라 g으로 내용량을 표기하던 시대부터 사용했던 난 당시에 상당히 매트했던 시세이도 선크림의 물성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 후에 ml 단위로 바뀌면서 약간의 점성을 띠고 있던 시기를 거쳐, 이번에 구입한 아쿠아부스터는 거의 흰색물감이 묻은 붓을 씻어냈던 물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얼굴에 바르고 문지르기도 전에 흘러내려서 황급히 펴발라야 할 수준이다. 그리고, 화학약품 같은 냄새가 살짝 난다. 예전에 액체로 나오기 시작할 무렵에 볼펜 지우는 수정액같다는 소감을 일기에 썼던 것을 봤는데, 이제는 냄새까지 수정액과 비슷해졌다. 정말 수정액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이다.

이렇게 완전한 액체상태가 되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잘 발린다는 것이다. 매트할 때의 시세이도 선크림은 백탁현상이라고 해서 잘못바르면 화장이 얼굴에 뜬 것같은 느낌을 주곤 했는데, 그런 현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바른듯 안바른듯 구별이 안갈 정도라 자꾸만 덧발랐음에도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에 잃은 것은 커버력이다. 평소에 비비크림조차 바르지 않기에 이 시세시도 선크림의 커버력은 꽤나 유용한 기능(?)이었는데, 2주간은 나의 피부상태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여 민망할 정도였다. 뭐 지금은 나의 실제 모습에 적응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상태이다. 다음 6개월 후에는 이것보다는 조금 더 매트한 제품을 사볼 예정이다. 시세이도는 다양한 선스크린 라인업을 딱 네 가지로 줄여 놓는 듯한데, 내가 지금 사용하는 아쿠아부스터가 가장 물같은 느낌인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