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스패로

제니퍼 로렌스의 변신은 정말 끝이 없다. 이제까지 그녀가 맡은 배역의 특성은 꽤나 이질적인데, 그 때마다 연기력으로 까인 적이 거의 없고, 오히려 극찬을 받는다. 정말 훌륭한 배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번에는 발레리나였다가 부상을 입은 후 러시아의 스파이인 레드 스패로의 삶을 살아가는 도미니카라는 배역을 맡아 열연했다.

잘 훈련되고 어여쁜 러시아의 여성 스파이 이야기는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이긴 하지만, 냉전시대가 끝난 지금에서는 그 활용도가 상당히 제한적인 상태이다. 냉전시대를 다루는 영화 제작 자체가 그리 자주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래만에 그런 영화가 개봉되었고, 진부한 소재임에도 꽤나 스릴있는 이야기가 펼쳐 진다. 이것이 제니퍼 로렌스의 능력인지 감독의 역량인지는 모르겠지만, 관객입장에서는 꽤나 즐겁다.

영화에서 레드 스패로들의 교육을 맡은 사감이 하는 이야기 중에 사랑에 대한 명쾌한 정의가 나오는데, 사랑이란 날 바라봐주고 인정해 주는 것,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스파이 영화에서 사랑에 대한 깊은 철학적 이야기를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