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조』 스티븐 킹

오랜만에 스티븐 킹의 작품을 읽게 되었다. 그 전에 읽었던 스티븐 킹의 작품으로는 『스탠드Stand』와 『언더 더 돔Under the Dome』이 있으니, 이번이 세 번째 작품인 셈이다. 물론, 스티븐 킹의 작품은 워낙 많기도 하거니와 작품 하나하나의 분량도 엄청나서 섭렵하겠다고 덤빌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일반적인 그의 작품들과는 대조적으로 『쿠조』는 비교적 분량이 적은 편이라 큰 부담없이 읽어 나갔다.

배경은 미국의 메인주, 쿠조Cujo라는 제목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의 이름이다. 덩치는 크지만 온순하기 짝이 없었던 이 개가 어쩌다 박쥐에게 물려 광견병에 걸린 이후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다는 이야기다. 초반부터 활약상을 예고하는 듯한 으스스함이 느껴져 책장이 빨리 넘어 간다.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개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대목도 있다는 점인데, 쿠조가 광견병에 걸린 이후 사물이나 인간을 대하는 관점이 점점 변하는 과정을 꽤나 그럴 듯하게 묘사해 놓았다. 마치 작가가 광견병이라도 걸려본 마냥 그 묘사가 사실적이다. 평소에 그렇게 친한 그들의 주인들이 마치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듯한 느낌, 또는 자신이 겪고 있는 신체적인 고통이 바로 앞에 나타는 누군가 때문이라고 느껴져 화가 나는 상황... 정말 그럴듯하지 않은가!

스티븐 킹의 작품들이 재미는 있는데, 뭐랄까 뭔가 남는 것은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특히 처음 접했던 스탠드라는 작품은 종교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서 좀 꺼려하고 있었는데, 쿠조는 비교적 그런 성향에서는 자유로운 작품이다. 그저 미친개가 날뛰는 이야기를 심오하게 담아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