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요즘 난 영화를 분류하는 새로운 기준같은 것이 생겨 버렸는데, 그 기준이란 마블코믹스 작품인가 아닌가이다. 마블 코믹스 작품들은 꼭 봐야 하는 영화이고, 그렇지 않은 영화들은 봐도 그만 안봐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정도로 마블코믹스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작품들에 심취해 있으며, 마블의 세계관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도 가장 스케일이 크다고 할 수 있는 어벤져스 시리즈가 개봉하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다. 여섯 개를 모으면 온 우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인피니티 스톤의 이야기다. 극장을 찾지 않을 수가 없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워낙에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여 과연 누가 진정한 주인공인지 애매하다. 대체적으로 캡틴 아메리카나 아이언맨이 그 자리에 가장 가까웠다고 할 수 있고, 종종 토르가 그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주인공은 명백히 타노스라고 할 만하다. 빌런이 어떻게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라는 비판을 들을 주장이지만, 실제로 영화에서는 악당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실제로 타노스가 등장하는 씬이 가장 많이 나온다.

타노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든 다른 종족이든 너무나 많은 번식(?)이 이뤄져서 혼돈과 폭력, 가난과 기근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 때가 되면 그들의 절반을 죽여서 우주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자신이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처럼 어떠한 감정적인 동요도 없이 그러한 일들을 처리해 버린다. 인피니티 스톤을 악착같이 모으려고 하는 것도 다 그런 일을 좀 편하게 해볼까 하는 마음에서다. 인위적인 살상으로 균형을 이루겠다는 발상을 하는 악당들은 다른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딱히 놀라운 생각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고, 히어로들이 알아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 주겠거니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보곤 한다.

정말 스케일은 엄청나다. 타노스가 정말 우주적인 수준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그동안 나왔던 왠만한 마블 히어로들이 대부분 등장하며, 타노스의 폭주를 막고자 전력을 다한다. 특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일행이 이렇게 연결되어 함께 싸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전에는 뭔가 지구인들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따로 노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티격태격 하면서 금방 지구인들과 팀을 이뤄 활약한다.

스케일에 비해서 결말이 좀 허무하긴 하지만, 난 이러한 결말도 즐기는 편이라 특별히 불만이 없다. 정말 스펙타클한 허무함이다. 그런데, 앞으로 벌어질 일이 좀 그려지는 것이, 타임 스톤만 있으면 그냥 다 원상복귀를 시킬 수 있어서...

다음 마브로믹스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