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삼십육계 제11권 『이대도강』 요청수

소설 삼십육계의 제11권은 『이대도강』이다. 이대도강이란 복숭아나무 근처에 오얏나무를 심어 복숭아나무를 보호한다는 뜻으로 흔히들 말하는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전략이다. 진나라 때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고 있다. 진시황의 진秦이 아니라 춘추전국시대 5패 중에 하나인 진晉의 이야기이다. 시기적으로 삼진의 분열 전을 다룬다.

후에 삼진의 하나를 세우는 조씨 일가가 도안고에 의해서 멸족당하기 직전에 조씨의 아이 하나를 간신이 빼내는데 성공하고, 이에 분노한 도안고가 이 조씨 아이가 나타나지 않으면 성내의 모든 아이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자, 조씨 아이의 탈출작전의 핵심이었던 정영은 결국 이 조씨 아이 대신 자신의 아이를 바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 동안 도안고가 행했던 악행으로 비추어 보아, 정말 도성안의 모든 아이를 죽일 것이라고 판단하여, 어차피 자기 아이도 죽고 도성내의 모든 아이가 죽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자신의 아이만 희생하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성적으로 그것이 맞다 치더라도 정말 그런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참으로 처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결국 이 작전은 성공하여 조씨의 자손은 살아 남았고, 심지어 도안고는 이 조씨의 아들을 자신의 대부로 삼아서 친히 무술을 가르치게 된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 조씨의 자손은 나중에 자라서 도안고의 딸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일이 발생한다. 도안고의 딸인 줄 알았던 아이는 사실은 조씨 일가에 은혜를 입었던 남자의 자식이었던 것이다. 도안고가 이 남자의 아내를 납치했었는데 이미 회임중었고, 자식이라도 어찌 살려 보려는 마음에 오랜 세월 그 비밀을 감추고 살아 왔던 것이다. 우리 나라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 아니면 드라마를 못만드냐는 비아냥을 듣지만, 출생의 비밀은 정말 전가의 보도와 같다. 정말 흥미진진한 진행이었다.

결국, 도안고와 그의 무리들은 아들같이 아꼈던 이 조씨에게 멸족을 당하게 된다. 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만약 정영의 이 이대도강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거나, 아니면 도안고가 대부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중국의 역사가 어떻게 변했을 지 참으로 궁금하다. 진시황의 천하통일이라는 큰 흐름에는 딱히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았을 수도...

이번 제11권인 『이대도강』을 읽기 전에는 가장 재미있었던 볼륨이 바로 직전에 읽었던 『소리장도』였는데, 바로 바뀌어 버렸다. 『이대도강』의 이야기가 훨씬 더 재미있다. 역시 출생의 비밀의 힘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