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에 사이코패스가 있다』 폴 바비악, 로버트 D. 헤어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무시무시한 사이코패스, 그런데, 『당신 옆에 사이코패스가 있다』는 사이코패스가 단지 영화 속에서만 등장하는 악당이 아니라 주변에서 당신을 조종하고 있는 실체적인 인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당신은 사이코패스와 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인구의 1%는 사이코패스로 분류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업에서 경영자 및 이사진 가운데는 1%가 넘는 구성원이 사이코패스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 중 35%이상이 사이코패스라고 한다. 즉, 이 책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을 본질적으로 악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런 사이코패스들이 어떻게 일상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지를 적나라하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이코패스의 성향은 스릴을 즐기고 감정을 숨기는 것에 능숙하며 거짓말을 거리낌없이 한다는 것 정도이다. 이러한 성향이 겉으로는 외향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이코패스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 호감을 이용하여 주변 사람들을 쉽게 조종할 수 있으며, 사이코패스에게 조종당한 희생자는 감정적으로 피폐해지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이런 성향의 사이코패스가 왜 감옥이 아닌 곳에도 존재하며 우리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지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다. 저자는 기업의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릴을 즐기는 성향이 있는 사이코패스들은 예전같은 관료적 분위기의 조직에서 지루함을 느끼며 살아남을 수 없지만, 최근과 같이 혁신의 연속으로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사이코패스들의 성향이 기업들에게 각광을 받기 때문에 인사시스템으로 걸러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주변 인물들을 사이코패스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지적도 하는데, 사이코패스와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인관관계에서는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고, 이런 갈등이 꼭 사이코패스들에게 조종당해서 생기는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는 만났던 또는 만나고 있던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사이코패스가 아니었을까 의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에게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지만, 가능한한 멀리 피하고, 함부로 사이코패스에게 대적하지 말라는 정도의 조언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사이코패스들에게 휘둘릴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인 듯하다.

사실, 난 사이코패스들의 그 냉철함이 부러울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후에는 그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두려움으로 바뀌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생겼다. 과연 사이코패스들은 자신들이 사이코패스인 지 인지하고 있을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