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평소에 영화선택시 한국영화를 선택하는 빈도가 극히 낮은 경향이 있고, 특히 SF 장르의 한국영화에 큰 기대를 갖지 않기에 마녀를 극장에 가서 보기로 결정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꽤나 미스테리하다. 그런데, 안봤으면 아쉬울 만큼 재미있다. SF장르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 정도의 영화가 나올 줄이야!

마녀가 본격적인 SF 장르를 표방하지는 않는 듯하다. 미스테리, 액션 장르로 분류되어 있는데, 아마도 국내 관객들이 SF 장르의 국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나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홍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SF장르라고 말할 수는 없어도 분명 SF적인 요소가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 지 모르겠지만, 어느 뛰어난 괴짜 뇌과학자가 아이들을 데려다가 실험을 통하여 임의적으로 뇌의 기능을 엄청나게 업그레이드해 버린다. 그래서,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엄청난 수준의 학습능력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신체능력까지 우수하다. 그래서 싸움까지 잘한다. 그런데, 이런 아이들 중에서 유별나게 뛰어난 아이 한 명이 이 연구소를 탈출하여, 어느 농가에서 평범한 아이로 자라게 되다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우연히(?) 그 연구소 사람들에게 발견된다.

정교한 과학적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뇌의 역량을 절반도 사용하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은 엄연히 틀린 말이다. 나중에는 염력까지 등장하니 그런 잣대로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반면에 이 향상된 뇌를 가진 아이들끼리 펼쳐지는 액션은 상당히 그럴듯하다. 또한, 주인공인 자윤이를 연기한 김다미라는 배우의 표정연기는 꽤나 설득력을 갖고 있다. 정통 스릴러 만큼의 긴장감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나름 다음 장면이 기대되는 수준까지는 긴강감을 유지시켜 준다. 난 이 정도면 만족한다.

마녀의 영어 제목은 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이다. 다음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제목이지 않는가! 아마도 후속편이 제작되기 위해서는 이번 영화의 흥행이 잘 되야 하겠지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