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과 투자』 마이클 모부신

예전에 『미래의 투자』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이 『통섭과 투자』라는 이름으로 재출간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두꺼워 보이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책장이 훌훌 잘도 넘어 갔다. 난 포스팅의 효율성을 위해서 책을 읽으며 중요하다거나 감명깊은 대목 등을 메모해 놓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작업을 잊을 정도로 정말 빠르게 읽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포스팅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책을 다시 읽어야 할 지 고민이다.

일반적으로 주식투자에 있어서 3요소의 개념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우리가 가장 흥미로워 하는 전략/전술이 그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맨탈관리, 마지막으로 자금관리이다. 대체적으로 전략/전술에 대해서 흥미로움을 보이는 것은 그것만 알면 쉽게 돈을 벌 것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자금관리나 맨탈관리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고, 그것을 넘어서는 통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별히 전략/전술을 알려 주는 책은 아니다. 그런 것을 다루는 책들은 이미 널리고 널렸다.

총 4부로 분류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전략을 세우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주식시장을 확률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전략에 대해서 지나치게 확신을 갖지 말고 확률과 기대값을 잘 계산하여 전략을 운용하라는 것이 1부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9번 실패하고 실패할 때마다 100만원씩 손실을 보는 전략이라도, 한 번 성공하면 2천만원을 벌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전략이다. 야구에 빗대어 베이브루스같은 전략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2부에서는 투자 심리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인간은 위기의식을 느끼면 군중들과 함께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투매같은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즉, 위기상황일 수록 군중심리에 휩쌓이지 말고 제대로 확률을 분석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쉬워 보이지만, 그것은 지금이 위기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책이 눈에 들어 오는 것이지, 여기저기에서 피가 철철 흘러 넘치는 상황에 직면하면 이성적인 판단이 잘 안될 수 밖에 없다. 컨디션이 안좋으면 투자결정을 하지 말라는 매우 간결한 조언도 덧붙여져 있다.

3부와 4부는 책의 제목에서 통섭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다. 여러 가지 인문학적인 경향이나 이론들을 투자와 접목하여 재미있는 결론을 도출해 낸다. 과연 이런 이야기들을 투자에 적용할 수 있을 지, 그것은 독자의 역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역량과 무관하게 재미있게 읽을 수는 있다. 적어도 1부와 2부의 내용만 잘 소화해도 이 책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은 것이다.

이상욱